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구와 첫사랑이 말도 없이 떠났다가 10년이 훌쩍 흘러서야 돌아왔다. 친구 녀석은 유골함에 담겨서, 첫사랑은 잔뜩 지친 모습으로.
불만 가득하고 버릇없던 십대 초반, 친구랑 사고를 치면 친구의 누나가 그걸 다 받아줬다. 생각해 보면 그 누나도 겨우 중학생이었는데. 떨리게 예뻤고 그들을 대하는 다정함, 온기, 눈빛, 말투가, 누나의 그 모든 게 순수하게 좋았고 더 자라면서는 밤마다 열에 들떴다. 첫사랑은 당연하게 누나일 수밖에 없었다.
남주의 삶은 여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 시골 촌구석은 예쁘장한 여자애에게 한없이 모진 소문으로 상처를 주고 구석으로 내몰다 결국엔 못 견디고 도망치게 만들었다. 그들의 불행에 자신을 끼워넣고 싶지 않아서였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는 버려진 것처럼 푹푹 곪아갔다. 다시는 어렸던 때처럼 무력하게 밀려나고 싶지 않아 삶을 단련했고 더는 못 참고 찾아나서려던 차에 누나가 돌아왔다. 기억보다 더 작고 여렸고 여전히 눈돌아가게 예뻤다.
호시탐탐 틈을 노리고 누나 옆을 맴돌면서, 지치고 삶의 고통에 너덜해져 약해진 순간마다 등 뒤에 숨기고, 음습한 이웃의 시선에서 오롯이 누나 편을 들고, 누나가 강제로 벌려 놓은 오랜 시간과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부쉈다. 동생 친구랑 이럴 수가.. 라는 고민할 시간 따위 주지 않고, 선명한 정염과 열기를 담아 듬뿍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고 폭풍같은 애정을 쏟아부었다. 다시는 그를 버리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