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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다혈질님의 서재
  •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 윤신영
  • 13,500원 (10%750)
  • 2014-10-20
  • : 1,463

 작년 즈음인가 배명훈 작가님 단편이 과학동아에 몇 번 실려서 두어 권 사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서 단편소설만 읽은 건 아니고 당연히 실려 있던 여러 토픽도 몇 개 훑어보긴 했었는데 그 중에 고래의 사체가 바다에 가라앉았을 때, 사체로 인하여 생태계가 발생되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기사를 쓰셨던 분이 윤신영 기자님이셨네요. ('고래는 죽어서 바다정원을 남긴다.' <과학동아> 2013.7월호)

 

 우연히 엠아이디 서평 신청글을 읽고 관심이 생겨 책을 신청했던 것이었지만, 이렇게 반가운 만남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서간문 형식의(그리고 다소 낯간지러운) 글을 읽는 건 익숙치 않은 일이라 약간 걱정했지만 잠깐의 기우였습니다.

 

 우리 인간은 당연한 듯 지면에 발을 붙이고 지구에 살아가고 있지만, 반면에 단일 종으로 60억이나 존재한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2060년에는 100억이 될 것이라 추측하는 UN 연구도 있다지요. -본문317p). 비록 지구에서 번성하기 시작한 건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했을 때 짧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살았던 어떤 주인이라 지칭했던 존재들도 이렇게 차고 넘칠 정도로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것이라고는 미처 알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베리아 반도 끝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이 검은 피부를 하고 찾아온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를 만났을 때는 어땠을까요(본문 297p).    

 인간은 동물이 활동하는 새벽을 피해 낮을 택했습니다(본문 328p). 환경의 질곡을 견뎌내고, 질병의 위협에서 피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춘 존재로 번성하고 번성하여 지구에서 가장 큰 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들의 삶에 방해되는 동물은 없애고, 이익이 되는 서식지는 파헤쳤습니다( 본문 328p). 우리나라 호랑이는 일제시대 때 모두 종적을 감추었고, 고립된 섬에 살고 있어 걸음이 느렸던 도도새는 멸종했습니다. 바다 생태계를 이롭게 하는 고래는 지금까지도 무분별하게 포경되고 있습니다.      

 

첫 장에서 어두운 동굴 속에 사는 작은 박쥐로부터 수취인 불명의 백두산 호랑이에게, 돼지로부터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룡에게, 이미 사라진 인류의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이 마지막엔 비로소 인간에게. 바톤을 터치하듯 그들은 인간의 말을 빌려 그들 동물의 이야기를 하고, 곧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를 말합니다.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답은 어떤 것인지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릿속에 떠올렸던 건 '다양성과 공존'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하자면 특이하고 멋진 형태를 갖추고 있고, 선명한 색채를 가진 동식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딱히 예술적인 것에 조예가 없을 지라도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법한 그런 것들이오. 하물며 여름 시골집에 가면 귀찮게 달라붙은 큼직한 똥파리의 등도 사파이어만큼이나 빛나는 색채를 가지고 있어요.

 인류가 먼 친척인 보노보나 다른 영장류와는 달리 직립 보행을 선택하고 손을 도구로 쓰기 시작한 것처럼, 그들의 멋진 모습과 생태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화의 과정이란 걸 압니다. 아이들에게 동물을 가르칠 때 '펭귄'의 항목에 '황제펭귄'만 붙여놓을 수 있지만 사실은 아델리 펭귄, 마젤란 펭귄, 쇠푸른펭귄.. 나는 미처 외우지 못한 수많은 종이 있다는 걸요.

 그렇게 다양한 여러 생명체들이 우리 인간과 함께 지구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정말 멋진 일인데 말이에요.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지만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에게 그들의 유전자가 일부 섞여있다고 합니다(본문 305p). 네안데르탈인을 인간이 몰아낸 게 아니고, 함께 공존하여 새로운 인류가 되었다는 설이 현재 다른 학설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고 하고요. 우리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으며, 공존의 유전자가 있다는 증거를 삼아(본문 323p), 함께 살아가는 다른 존재들에게 포용력을 발휘하길 작가는 기대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제 사촌 아이나 그즈음에 나이대의 어린 친구들과 꼭 이 내용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감수성 넘치게 공감해주고 이 이야기와 관련되어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그런 친구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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