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젊은 소설가가 남긴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픽셔널 에세이로 삶과 죽음을 잇는 수많은 철학적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결국 그 사이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또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처음 자신의 병을 알게 된 날로부터 마지막 호스피스 병동에 가기까지의 과정이 시간의 흐름 순으로 이어지는데, 죽음을 곁에 둔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왜 우리는, 사람들은 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마지막까지 가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았는지, 그래서 얼마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는지, 왜 좀 더 나를 위해 살지 못했는지, 또한 더 많은 것들을 왜 시도해보지 않았는지..
돈은 아니지만, 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다. 각자 하루에 24시간을 부여받고 그 24시간 안에서 각자가 원하고 할 수 있는 것(혹은 원하지 않더라도)을 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세상의 모든 기준이나 관습을 걷어내고 나면 하루를 낭비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결국 우리는 죽음을 곁에 두거나 두지 않거나,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산성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고 발버둥 치는 이유는 그저 인생에서 어떤 의미라도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약하고 애처로운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는 것이고, 시작이 있기에 마지막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수도 있다. 아직 우리의 삶은 내일이 마지막일지, 1년 뒤가 마지막일지, 19년 뒤가 마지막일지 알 수 없는 문제라 더욱 어렵고 모호하기만 하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그것 하나만큼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나를 찾기 위한 고독의 시간을 즐기는 것과 남의 눈치는 보지 말고 해보고 싶은게 있으면 도전해보는 것. 남의 속도를 따라가지 말고 하루를 나만의 보람과 기쁨으로 채울 것,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마주하기 등 조금씩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보다 선명하고 가벼운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단순히 1번만으로는 그저 아쉽다. 조금씩 조금씩 진득하니 여러 차례 나누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볼 때와 두세 번 볼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분명히 다를 것 같고 좋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서 다시금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싶었다. 누구나가 마주하게 될 죽음의 순간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이 책이 많은 깨달음을 주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빨리 죽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다르게 살았을까? 어쩌면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면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이런 가장이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과거에는 내가 몰랐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고, 지금은 비록 안다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