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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ing-
  •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박애희
  • 13,500원 (10%750)
  • 2021-05-31
  • : 204

“나는 항상 두려웠던 것 같다.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누구나 이 같은 시절을 겪었거나 겪고 있지 않을까. 꽤 근사하고 그럴듯한 삶을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날 나의 존재. 그래서 우리는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증과 무엇이 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포기’를 배우고 ‘납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내 그것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결국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서 프랭크는 우리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때 그 공통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고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통. 살아가며 누구나 작고 큰 수많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여기에서 제각기 삶의 방향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에 따라서.

 

저자는 고통을 더 많이 감지하는 지극히 민감하고 유약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두려움과 불안과 고통과 슬픔을 부르는 생의 문제들에 맞닥뜨릴 때마다 대범한 자세로 문제를 마주하는 대신, 언제나 불안하게 뛰는 심장을 붙잡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제발 누군가가 그 어떤 말이라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온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런 때가 있었다. 사소한 일 하나도 쉽게 떨쳐내지 못했고, 며칠 내내 그 문제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넘기는 사람들의 쿨한 모습을 부러워했다.

저자는 “이 책은 삶의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휘청이는 허약한 한 사람이고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기 위해 몸부림을 친 흔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책이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고 있을, 있는 힘껏 삶을 살아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물한다.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일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꽤 근사한 태도와 말들로 마음을 울린다.

 

“삶의 진창 속에서도 누군가는 기어이 생의 미덕을 찾아내고 만다. 좌절과 슬픔이 전하는 생의 깨달음들을 놓치지 않는 그들에게서 나는 배운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삶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자신만의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청춘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때 시리게 아팠던 청춘이 인생의 봄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함께 있을 때는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관계도 이별 후에는 어쩐지 그리워지는 것처럼.” 지금의 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결국에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좀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로 가득한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박애희 작가의 책은 처음 보았는데, 문장에서 적당한 슬픔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제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고,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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