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지 못할 때, 늘 걱정이 많고 불안함을 느낄 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관계들에 힘이 들 때, 사랑하는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내 마음’이 어떤지조차 명확하게 깨닫기 쉽지 않다. 책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는 이러한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마치 상담을 해주듯 따뜻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대표하는 양재진, 양재웅 의사(양브로)가 함께 쓴 책이다. 자존감, 불안, 미래, 관심, 가족, 친구, 직장, 연애라는 총 8가지 키워드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전하고 있는데, 실제 사례가 담겨 있어서 더욱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최근에는 ‘자존심’이라는 키워드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거론되고 있다. 마치 ‘자존감의 높고 낮음’이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듯 하나의 기준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자존감이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입니다. 타인이 나에 대해 무엇이라 평가를 해도, 심지어 비하를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바로 자존감이 높다고 말합니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듯 자존감은 다른 누군가의 평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 내가 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즉 ‘나는 잘났다’라고 하는 자아도취적인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떠한 모습이든 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나를 아껴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에, 누군가의 모습에 스스로를 좌지우지하거나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나’ 자체를 먼저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친구와 가족 관계까지 여러 고민들이 공감되었다. 또 “행복하지만, 동시에 너무 불안해서 죽고 싶어요”나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요”, “대중교통을 탈 때 숨이 막히는데, 공황장애일까요?”와 같은 ‘불안’ 키워드에 대한 고민 역시 많은 공감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늘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은데 이를 치료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의 현실 가능성을 계산해봅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에 사로잡혀 좋지 않은 상상에 매달리지 말고, 생각이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해주세요. (중략) 마지막으로,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 불안을 미룰 만한 다른 일을 해보는 것입니다.”
전제적으로 공감되는 사례와 함께 양재진, 양재웅 의사가 번갈아 가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듯이 답을 해주고 있어서 읽기 편안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을 어떻게 먹고 임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무엇보다 문제점을 알고, 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상황은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둘러싼 진실 혹은 오해’라는 글에서 나 역시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일차적으로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