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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생활 건강
  • 김복희 외
  • 11,700원 (10%650)
  • 2021-04-06
  • : 149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이 전하는 생활 건강 에세이” 《나의 생활 건강》을 만났다. 생활 건강이라니. 생소하면서도 어쩐지 어감이 착 감기는 것 같다. 특히나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일상에서 참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 아닌가 싶었다. 열 명의 시인이 이야기하는 생활 건강이 어쩐지 더 기대되었다.



김복희 시인의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유계영 시인의 <몸 맘 마음>, 김유림 시인의 <여행 가방>, 이소호 시인의 <고독한 소호 방>, 손유미 시인의 <사랑의 정체>, 강혜빈 시인의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박세미 시인의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성다영 시인의 <나의 안/건강한 삶>, 주민현 시인의 <사랑의 색체, 단 하나의 색깔>, 윤유나 시인의 <새끼의 마음에서>, 총 10편의 글로 이루어진 《나의 생활 건강》은 같은 키워드(생활 건강)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인 개인의 색과 감성이 너무도 달라 마치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기대했던 만큼 색다른 매력이 담긴 글이 많았다. 예전부터 시인만큼 자신의 색과 감성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 속의 글 하나하나가 그랬다. 누군가에게는 쓰고 읽고 마시는 것 자체가 생활 건강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생활 건강이 된 것처럼, 이야기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니까 내게 건강이란, 기억해보면 이게 안 멈추고 굴러갔다고? 하고 놀라워 감동이라도 할 만큼 얼레벌레 굴러가는 것,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잊게 하는 것, 도대체 그 원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19쪽)



“결방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익숙한 하루가 반복되어 더는 자극이 없이 하루를 어제처럼 어제를 내일 살아내야 한다는 것.” (64쪽)



10편의 매력적인 글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글은 성다영 시인의 <나의 안/건강한 삶>이었다. “나는 반복적이고 건강한 삶만이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오히려 삶의 상처와 결여가 있는 삶이 더 건강한 것은 아닐까.”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한참이나 이 문장을 곱씹게 되었다. 어쩌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상처와 결여가 있는 삶이야말로 더 나은, 더 마음에 드는 삶을 위해 염려하고 신경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자들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 살 것이다. 나는 계속 시를 쓸 것이다.”라는 성다영 시인에게 마음속으로나마 계속해서 그리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지금의 이 힘듦도, 뒤틀린 일상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게 되겠지만 결국 제자리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변화한 것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생활 건강을 위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사소한 것이더라도, 혹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은 감정이라도, 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편인데,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살아 있는 일에는 많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삶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일만 해도 하루는 지나간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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