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은, 야생 영장류학자인 김산하가 야생을 통해, 동식물의 모습을 통해, 사소한 일상의 자연을 통해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며,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누군가 정성 들여 꾸민 꽃밭을 헤아리고, 회색빛 도심에서 푸른 오아시스 같은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와 세월을 돌아보고, 너무 늦기 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챙긴다. ... 살아있다는 건 지금, 여기, 내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니까." (58쪽)
첫 번째 장에서는 변하는 계절 속에서 그 일부가 되어 자연을 느끼고 본질을 찾게 하며, 두 번째 장에서는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로 다양한 존재의 삶과 모습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세 번째, 네 번째 장에서는 사랑과 살아있음, 삶의 중요한 것들과 순간을 느끼게 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오래 바라보고 함께 존재하기 위한 마음과 자세에 대해 느끼게 한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로 인해 움츠러들 때, 바깥세상의 풍파에 맞설 자신이 점점 없어질 때 눈을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보자.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하려는 것 없이 귀감이 되는 삶을 사는 생명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계절과 관계없이 늘 씩씩한. (34쪽)
"이 책은 살아있는 것들을 보며 든 생각을 담은 책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규정하거나 정의하려 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생물이 다채로이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가장 살아있어 보일 때를 포착하려 했다."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분석하거나 정의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바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그러므로, 살아있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순간 '살아있음'을 망각하곤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소중함도 느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껏 '살아온 시간들'과 '지금 이순간',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함을, 행동해야 함을.
"많은 것들 중 특히 생명에 먼저 눈이 간다. 긴 세월 동안 너무도 다양한 형상으로 생겨난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이끌린다."
"살아있다는 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처럼 전혀 다른 두 가지가 함께 성립해야만 모든 게 가능하다는 사실도 오묘하다. 아름다우면서 슬프다."
오랜만에 정말 '살아있는 책'을 만났다. 그리고 평소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못했던 야생동물과 자연에 대해 더 깊은 마음이 일었다. 저자의 마지막 글에서 이 문장이, 이 책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왔다. 내가 죽으면 나를 하이에나에게 주라고. 죽어 쓸모없어진 육신이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어 자연의 일부로 순환된다면 그보다 좋을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