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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경님의 서재

요즘의 나는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며 일하되 너무 무리해서 잘하려 하지않고, 적당히 내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산책하고, 이웃을 만나는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다.이런 매일 덕분에 자꾸만 다른 것에 기웃거리고 싶던 마음이 간결해졌다. 남의 삶을 덜 부러워하게 됐고, 누가 뭘 배우는지, 어떤 것을 읽는지, 늘 미어캣처럼 살피던 시선이 둔감해졌다. (중략)
당연히 여전한 불안이 있다. 문득 커리어에 대한 욕망보다 생활의 안정을 더 중요시하게 된 게 결국 퇴보한 삶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중략) 여전히 나는 사회에서 적당히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고, 그것을 잘 해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고, 그러다 간신히 단단하게 만든 생활을 다시 홀대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 또한 있다.(중략)
나는 일하는 자아가 다복이 보호자, 비건지향인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는 노동을 꿈꾼다. 매일 사람이 밀집된 대중교통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시 날카로워질까 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될까 봐, 그렇게 지친 마음으로 너덜너덜 집에 돌아와 정작 나 자신과 가까운 것들은 홀대하게 될까 봐, 내 입에 넣을 끼니를 만들 에너지가 없어 배달음식에 의존하게 될까 봐,직장인으로서의 자아를 가장 책임감 있게 다루느라 다른 책임들에 무심해질까 봐, 나는 겁먹고 있다. 일과 삶을 분리해 일은 짊어져야 하는 것으로, 삶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각각의 정체성을 공존시키며 전체적으로 감각할 수는 없을까,-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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