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그 중에서도 소수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다룰 수 있다니.
“자신을 적대시하거나, 하찮게 여기거나, 발칙하게 여긴 세상을
발 디딘 곳부터 바꾸어나간 사람들”
이란 표지의 글은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미디어를 통해 주류사회가 규정한 방식에, 그들이 씌운 필터에 가만히 있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생명력을, 강인함을 발견한다.
“피해자를 넘은 행위자로서 그들이 만들어온 길”(서문 중)
“여성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성폭력은 성관계나 정조의 유린이 아닌,
젠더 권력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제도화된 폭력임이 드러날 수 있었다.”
<나는 숨지 않는다>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간과하며 넘어간 ‘가치’‘사실’들을 새롭게 보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11명은 한부모 여성가장이거나 홈리스 여성, 탈북 여성, 장애 여성, 스쿨미투를 일으킨 학생들이다. 그들은 “그래 잘했어, 그 상황에서 이렇게 하다니 대단해”라는 칭찬을 받는 것도 거부하고, 무엇보다 숨지 않는다.
대신 자기가 발 딛고 선 세상부터 바꾸어나간다.
내가 이렇게 생생히 살아 있음을.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임을.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대개의 사람들이 주저앉거나 물러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어쩔 수 없음을 어쩔 수 없이 이해한다. 그러니 세상의 변화를 택한 사람이 가장 크게 바꾸는 건, ‘자기 자신’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땅이 하늘이 되는 변화다.”-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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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고난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잖아? 그걸 어떻게 극복
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그걸 극복 못 하는 사람도 있고, 극복
해서 조금 나아지는 사람도 있고, 아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 다르니까 고비를 나랑 똑같이 넘기지는 않을 거
야. 종종 나는 그 고난을 어떻게 넘겼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 저렇게 넘긴 사람도 있구나’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삶이었
으면 좋겠어.
" 사실 처음엔 나조차도 내가 잘못한 것처럼
부끄럽고 숨고 싶더라. 애 아빠가 바람이 나서
갈라선 건데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조차
나를 더는 모임에 안 부르는 거야.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고. 이혼한 게 내 죄야?
그래서 계속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지.
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내가 당신들한테
거저 얻어먹는 것도 아닌데 왜 쫄려야 돼?"
" 우리가 시작할 때만 해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좋은 사람이
51%니까 그것 믿고 한 번 더 해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야.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재정적으로 많이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그런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공간,
어른이 되는 거다 싶었지."
‘ 내가 왜 내 아이를 구걸하면서 키워야 해?’ 하며 마음이 확 상
했죠. 그래서 독한 마음을 먹고 ‘내가 할게, 내가 갈 수 있어’ 하
며 모험을 한 거죠. 그날 이후 걱정이 확 줄면서 자신감이 생기
더라고요. ‘아, 나도 내 힘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겠구나.’
제가 애들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뭔지 아세요? 대단하다는 말이에요.
엄마가 자기 아이 키우는 건 다 똑같잖아요.
그런데 비장애인엄마들에게는
안 그러면서 장애엄마에게만 대단하대요.
둘째 키울 때는 ‘자녀가 둘이나 돼요?’
그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비장애인들에겐
그렇게 말 안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