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나같은 매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된 것이 사실이다. 과연 사일런트 힐만의 음울하고 기괴한.. 게다가 홀로남겨져있다는 극심한 공포를 재현해낼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영화의 감독은 과거 늑대의 후예들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연출했던 크리스토퍼 갱스가 맡았다. 그 당시에도 헐리우드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영상을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일런트 힐 역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신함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연출을 보자면 Well-made 수준이다. 영화의 느낌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했던 크리쳐 디자인과 프로덕션 디자인 면에서는 합격점을 상회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애초에 예견되었던 문제였듯이 사일런트 힐이라는 명작 게임의 진면목을 영화 한편에 다 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기괴함과 불쾌함, 고어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공포물로서는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였지만 게임의 완성도와 비교해서 보자면 좀 아쉬운 수준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작이 나오기 힘들듯 이 영화 역시 전철을 그대로 밟아버렸다. 하지만 게임을 영화화하면서 구현해낸 특유의 세계관과 명장면들을 화면에 옮기려한 노력들, 그리고 매니아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한 듯한 연출 등은 훌륭한 편이었다. 이런 모든 면에서 볼때 내 호러영화 소장 리스트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앞서 설명하였듯이 크리쳐들의 디자인이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게되기 보다는 불쾌함에 몸서리치게 되고 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하는 마력을 지닌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디자인을 토대로 연기한 연기자들의 노력도 대단하다. 일부 CG가 들어가긴 했지만 라텍스나 고무재질의 의상들을 뒤집어 쓰고 안무가들과 연기자들이 연기한 움직임을 실제로 화면에 옮긴 것이니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보고나서도 찜찜함과 불쾌함이 남는 영화라면 공포영화로서의 자격을 어느정도 갖춤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