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세계 일주를 78일 만에 할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지." 포그 씨가 대답했다. "인도를 지나지 않았다면. 하지만 인도를 지나지 않았다면, 아우다 부인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내 아내로 맞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
그러고 나서 포그 씨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중략)...
이번 여행에서 그가 번 것은 무엇일까? 이 여행에서 얻어 온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고 치자. 하지만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매력적인 여인이 그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는 것!
사실, 사람들은 이보다 더 하찮은 이유로도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
- 쥘 베른, <80일간의 세계 일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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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등학교 때보다도 더 고전을 안 읽고 있어서 깊이 반성중이다. 모름지기 인생은 짧고 읽어야 할 책은 무한하므로 굳이 읽어야 한다면 시간의 검증을 받은 고전을 읽자, 는 것이 나의 책읽기 지론인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전만큼 못 읽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와 비슷하게 고전에 목말라하는 덕후 친구 한 명과 함께 적어도 2주에 고전 한 권씩을 정해서 읽고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얘기하자고 약속했다. (그 친구가 직장인인 관계로 2주일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읽기에 익숙치 않은 그 친구를 배려해서, 처음 시작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면서 재미있고 읽기 쉬운 책으로 선정, 첫번째 책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었고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였던 것이다.
쥘 베른은 그의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80일간의 세계 일주><해저 2만리><15소년 표류기> 등 수많은 책을 쓰고 죽었지만 정작 그는 '아동문학 작가''가볍게 읽기 좋은 모험 소설 작가' 정도로 분류되곤 한다. 작가 스스로도 '프랑스 문학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자기 이름만 쏙 빠져 있는 것에 대해 항상 안타까워 했다는데, 솔직히 그가 살았던 시대를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떠올리며 경이로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 <15소년 표류기>는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험 소설 중 하나이며, 물론 쥘 베른의 인간의 심리묘사에 그리 탁월한 작가는 아니지만 그 소재의 다양성과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내가 직접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장소 묘사의 생동감 등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자신에게 연애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이나 후배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어본 적 있나? 필리어스 포그가 여행에서 모든 걸 잃어도 그 여인 하나를 얻었으니 상관없다고 얘기한, 그 정도의 절실함, 그 정도의 용기로 그 여성을 대했나?" 라고 말이다. 난 이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좀 더 쥘 베른류의 모험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한 도전, 그 과정 중에 만나는 수많은 난관, 그리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 등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전 정신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
출처 : http://blog.naver.com/dionysos83/30119088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