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에서 구희 작가의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가 출간되었다. 첫 그림에세이 《기후위기인간》에서 현 기후위기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묵묵하고 단정한 태도를 보여 주었던 구희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두려움 그 자체인 독립 문제에 직면한 청년 세대에게 자신만의 섬을 찾을 수 있는 용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독립의 빛나는 낭만은 청춘들의 유구한 환상이다. 오늘의집 같은 플랫폼에서 어떤 가구를 놓을 것이며, 톤온톤을 할지 블랙앤 화이트로 인테리어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어쩌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진 기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립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독립은 크게 '경제적 독립', '정신적 독립', '생활 독립'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하나라도 불가능하다면 독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청춘은 흔들리고 고민하고 질문한다. 주변에 자신만의 생활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어른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어른은 가족, 즉 부모일 것이다.
이 책의 1부와 2부에서 작가는 자신의 부모, 동생과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주목한다. 30대 캥거루족이자 미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작가가 생활에서 마주한 삶의 문제를 가족을 통해 탐구한다. 그리고 나만의 섬을 구축하기 위해 남들이 다 하는 과정을 다짜고짜 밟는 것이 아닌,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혹은 나의 감정은 어떤 것인지부터 살핀다. 세밀하고 내밀한 젊은 세대의 불확실한 응시인 것이다.
작가는 초반 스토리에서 미혼 여성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과 젊은 세대로서 다뤄야만 하는 삶의 태도에 관해 탐구한다. '계속 이대로 집에 얹혀 살아도 괜찮을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독립'과 '결혼'이다. 사실 30대에 접어들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결혼과 독립에 관한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다가온다고 본다. 그렇기에 작가는 조금 더 신중해지려고 노력한다. 조바심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는 생활에서 다음 단계라고 일컬어지는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친구를 통해 보고 더더욱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작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립의 의미를 정의한다. 작가에게 독립적인 삶이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느낄 때, 비거니즘을 더 잘 실천하기 위해 밥상만이라도 독립해보고 싶을 때, 예쁜 그릇을 발견할 때마다 내 취향과 가치관대로 인생을 가꾸고 싶은 마음이 움틀 때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독립은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결국 독립을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로 재정의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꼭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만 독립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삶. 구희 작가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괜찮다'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며 함께 고민하는 등불이 될 수 있다고. 그 말 한마디가 버텨야 할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용기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독립의 시작이 아닐까.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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