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환한 불안을 줄게
김혜수 외 5명, 《셋셋 2025》(한겨레출판, 2025)
각자가 원하는 구원에 다가가는
조용하고 확실한 발걸음들
한겨레출판에서는 작년부터 신인 작가를 발굴해 '셋셋'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셋셋'은 작가, 출판사, 독사 총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의미다. 한겨레 아카데미에서 문학적 역량을 지닌 신인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듯하다. 작년에 선정된 작가 중에서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나 너머 신인문학상, 림 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작가도 있다고 하니, 이번 2025도 충분히 기대를 해도 좋을 듯하다.
불확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사적인 두려움과 공적인 두려움, 둘 다 비교할 수 없는 공포지만, 특히 공적인 두려움은 책임이라는 문제가 있기에 대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예견할 수 없지만, 미래를 믿고 나아가려는 움직임. 그런 것들을 최근 고민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셋셋》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시리즈다. 앞서 언급한 모든 두려움을 딛고 나아가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필진뿐만 아니라 회사도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나아가려는 노력이 책의 곳곳에 서려 있기에 이런 기획들은 잘 되었으면 한다.
《셋셋 2025》은 주목할 만한 책인 것 같다.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뒤표지 띠지 카피에 적힌 '셋셋'의 의미가 잘 뽑혔던 것도 한몫한다. 그런 의미들을 하나씩 짚으며 책을 읽으면 신인 특유의 미숙함이 읽히고, 그 미숙함을 들키지 않으려 치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기성 문인들과 다른 지점을 만들기도 해서 좋았다. 작년 《셋셋 2024》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 2025는 어쩌면 출발선조차 가지 못했던 작가들에게 용기를 주어 출발선에 두었더니 가자마자 달려나가는 사람들을 본 느낌이랄까. 거침없는 목소리들이 이 책에 있다.
작품은 총 여섯 편이 있다. 김혜수의 <여름방학>, 이서희의 <지영>, 김현민의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 이지연의 <아이리시커피>, 양현모의 <호날두의 눈물>, 전은서의 <경유지>이다. 이번 작품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구원'이라는 것을 화자마다 시도하는 듯했다. 몇몇은 아예 기독교적 워딩을 썼고, 어떤 작품은 그런 종교적 색채를 넣지 않도고 '구원'이라는 것을 쥐기 위해 움직이는 화자를 자유롭게 풀어두는 듯했다. 유려하고 매끄러우며 새롭고 엄청난 문장과 서사는 아닐지라도, 이 여섯 편의 소설에는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데 거침없다. '거침없음'이 용기라면 이들은 이미 용기를 지닌 작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주목한 작품으로는 김현민의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 양현모의 <호날두의 눈물>이다. 김현민의 작품은 읽으면서 정말 그만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해연'은 산책길에 있는 길고양이를 동물원을 탈출한 표범으로 오해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핀다. 아주 더운 여름에 소변을 닦는 해연의 돌봄은 처연하면서도 계절감이 뒤섞여 독자들에게까지 그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동시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치지만 "조금만 더 이 순간을 견뎌보기로" 한 해연의 모습이 어머니를 다그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 소설은 기승전결의 법칙을 성실하게 지켰음에도 어딘가 자꾸 벗어나려 하는 이상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를 공유한 모녀간의 애증은 곳곳에서 아주 조용하면서도 끔찍하게 그려진다. 서로의 공포를 자각하고 그것을 견디기로 할 때 해연의 구원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구원이란 특별한 현상보다 치밀하게 뒤섞인 일상에서 발견하는 잠깐의 찬란함은 아닐까 생각했다.
양현모의 <호날두의 눈물>은 여섯 편 중에서 가장 즐겁게 읽었다. 어쩌면 이 작가가 등단해서 책을 낸다면 제2의 이기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머와 열받는 현실을 잘 구현한다. '개저씨'의 표본으로 보이는 주인공은 정말 개저씨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다. 호날두의 경기를 애인(하지만 헤어지게 된다)과 보러 가고, 휴대폰 매장에서 근무하며 근처 편의점에서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호의'를 가장해서 껄떡거렸지만 화자의 삶을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왜냐하면 과거가 조금씩 틀어질 때는 걷잡을 수 없고 결국 현재에 와서 과거를 반추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반추하기만 해도 화자를 '개저씨'라고 부르면 안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의 행동들이 너무 '개저씨'여서... 이것은 어쩔 수 없겠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래, 정신 차려라...!'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건강해라!
짧은 단편들을 보면서 나는 이 책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의 개인적인 구원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이들이 소설을 배우고 소설을 쓰면서 바라는 구원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들은 절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사람인 듯하다. 그들의 작품에서 보여준 구원이 너무나 끈끈해서, 이들은 쓰고 또 고치면서 어디론가 나아가 결국 한국문학의 최전선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단행본으로 각 작가의 단편 소설집을 만나볼 수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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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