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모든 물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갈라져 나온다. 그리고 그 물은 오름과 곶자왈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러 마침내 절로 솟아난다. 제주사람들에게 절이란 곧 물이 솟아나는 곳을 뜻했다. 그 절물을 허벅을 진 어머니들이 끼니때마다 지어 날랐고, 집 안에 모셔둔 부처님께 그 감로수를 올리며 기도드렸다. "푼체님,
푼체님, 우리 자손들 모두 그늘져 주십서‘ 어머니의 이 기도는 ‘부처님아, 부처님아, 우리 자손 모두에게 큰 그늘을 드리워 고해의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소서"라는 뜻이다. 제주의 불교가 절오백당오백‘이라 표현되는 것은 이처럼 집집마다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하는 것은 물론, 매해 음력 정월마다 스님을 집으로 모시고 안택기도하는 제주만의 풍속도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P60
탐라는 지상에 그려놓은 만다라다. 뜨거운 햇살도 거친 바람도 고요히 품어주는 한라. 그 한라의 동심원이 기슭을 따라 찬란히 퍼져가는 오름의 인드라망. 이곳이 찰나생(刹那生) 찰나(刹那滅)이나 연이생(緣而生)인 우주의 만다라다. 아라한들이 정법으로 완성하고 수호하는 고타마 붓다의 달빛이 드리운 윤원구족(輪圓具足)의 만다라가 바로 이곳 탐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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