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평그룹의 극찬>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이유는 도대체가 요새의 책들은 다 하나같이 같은 스토리라인,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새의 책들은 '강한 여자' 캐릭터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은 '구세대에 대한 반란', '억압된 자아의 표출'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라 느껴진다. 이건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겠다. 과거 70-80년대 문학작품과 영화 속에서 여자 캐릭터는 살인마에게 저항도 못 하고 비명 지르며 도망치다 비명횡사 하는 이미지로 그려져왔는데, 요새의 이야기 속에선 '남자보다 더 현명하고 촉이 좋아 비상한 생존 능력을 보이며, 심지어는 스스로가 살인마가 될 수도 있는' 강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내가 '또 이 구도로군' 하고 생각한 한가지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외도를 펼치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단 점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이 그랬다. 중년의 여주인공이 결혼 생활의 권태감을 자기 인생의 허무함으로 연결 시켰고 '여자로서의 매력'을 실감하게 하는 외도에 빠져들었었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현모양처의 삶을 살아 온 여주인공이 남편의 외도를 발견하고 싸이코패스적 본성을 드러낸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도 '난 이 남자와 평생 함께 살 수 없단 것을 깨달았다' 하고 남편에게 권태감을 느낀 여자가 나온다. 이전의 작품들 중에도 <마담 보바리> 같이 여성 심리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던 작품은 있었다만 그 수가 적어 '명작'들 중에서도 '독특한 주제'로 여겨진다. 반면에 최근의 <나를 찾아줘>, <허즈번드 시크릿> 등등은 다 어떠한가. 이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장르가 되어도 좋을 것만 같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도, 주목을 받기도, 영감을 주기도 만만치 않아질테지만, 이미 그 현상이 진행중이라고 본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이 여타 다른 유사한 작품들과 다른 점은 대체 무언가. 싸이코패스, 부부관계, 외도, 살인, 형사추리, 기만, 비밀 등등이 이 책의 소재라면. 열린 결말이 신선한가 하면 그것도 이전 스릴러 소설들이 반전 스토리를 주무기로 사용했던 것에 비해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겠지만, 이젠 또 너무 많은 소설들에서 보이는 수법이다. 내게 이 소설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나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점이다. 바로, 여주인공이 비상식적인 아이디어를 은근하면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형태로 제안하여 남자가 그것을 자책없이 받아들이게 했다는 점이다. "(바람 핀) 아내를 죽이고 싶어요?" 그리고 남자가 대화를 하며 '그래, 죽이고 싶을 만큼 배신감 느꼈지. 하지만 그게 가당한 일인가? 아니 잠깐, 그것들은 죽어 마땅하지 않은가?' 하고 느끼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다른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살인 계획을 세우도록 만든 싸이코패스 여주인공이 인상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