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막연히 결혼생활이 영원히 행복하리라는 꿈같은 희망을 품는 데에 약간의 망설임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러 사람도 마음도 점차 변해가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변화가 결혼식 당일에 일어나버린다면 그 배신감과 당혹감에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그 일례를 보여주는 것이 소설 <비하인드 도어>이다. 성공적 커리어, 배우 같은 외모, 심지어 자상하고 이타적인 성격을 가진 예비신랑 '잭'. 그가 결혼 첫날밤 본성을 드러내고, 예비신부였던 아내는 자신이 완전 사기 결혼을 하게 됐단 것을 깨닫게 된다.
싸이코패스를 다루는 심리 스릴러 소설로서, 공포와 불안, 냉혹함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남편 이 보여주는 매니악한 취향들은 꽤 경악스럽고 자극적이다. 그 심리적 공포에 대응하는 아내 그레이스의 모습은 당혹, 공포, 불안의 소용돌이인데. 무기력하고 멍청하며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여자를 보고 있자면 '이게 공포 소설인가, 스릴러인가, 반격은 언제 일어날런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걱정마시라. 이 여자의 생존본능이 그녀를 어떻게 바꾸어가는지 쏠쏠한 재미를 지켜볼 수 있으며, 심지어 잭조차 그레이스의 진화를 즐기는 한편 당혹스러워하기도 하니까. 게다가 잭이 붙잡고 있던 그레이스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약점이 오히려 그레이스를 회생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면? 그레이스는 외칠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
내가 믿었던 사람이 돌변하여 완전 딴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통에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흥미진진할 수 있겠다. 싸이코패스의 '천재성'과 '반사회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수 있겠다. 색채와 관련된 시각적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상적일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그레이스는 진화하는 데 비해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잭은 초반의 돌변 말고는 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책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엄청난 것!' 을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