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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리














  소셜미디어나 뉴 미디어의 발달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증가했다. 특별한 사람만 참여하는 게 정치라는 인식의 높은 담장을, 손가락 하나로 훌쩍 뛰어넘은 시대가 열렸다. ‘하트’, ‘좋아요’, ‘공감’ 버튼만 누르면 개인의 정치 의사는 어느 정도 묘출된 셈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디에 귀추를 곤두세웠다. 그것은 곧 개인의 규제와 생계에 직결된다는 문제의식의 파급이었다.

  『정치, 이렇게 굴러갑니다』의 저자는 오랫동안 기자로서 보통 시민들에게는 제한된 공간 또는 사람들을 만나, 직접 겪고 취재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은 막연하게 ‘정치 서적’으로 분류하기보다 ‘정치 지침서’나 ‘정치 교과서’에 가까웠고, 그야말로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조직의 구도를 적확하게 짚어줬다.

  저자는 여는 글에 적어 놓은 세 가지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청와대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총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장관은 누가 선출하며, 국회에서 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무엇이 다른지 등 일련의 과정이 명징하게 설명되었고, 간간이 역할을 수행 중이거나 경험했던 분들의 진솔한 인터뷰도 기록되어 있다. 특별히 본문 내용 중 기자가 직접 만난 불법체류 외국인 미성년자 이야기나,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중대재해처벌법 재정 중 만난 강은미 의원, 또 한 해 농사를 끝내도 불어나는 부채에 허덕이는 농어민의 기본소득세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살면서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제 몫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와 권력의 힘으로 약자가 강자 손에 쥐락펴락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 없는, 그런 세상이 도래되기를 꿈꿔본다.

  『정치, 이렇게 굴러갑니다』는 저자가 펜대를 쥐고 책상에 앉아 끄적인 내용이 아닌, 높고 낮은 곳에서 머문 사람들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그들을 마주해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타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형식적인 취재가 아닌 진심으로 열악한 환경에 당면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공감하려는 진솔함이 와 닿았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암울한 이면을 드러내 보도하려고 애쓰는 것이 소명이라는 저자의 말에, 윤슬이 일렁이듯 잔잔한 감동이 뭉클하게 전해졌다.

  한 시민으로서 바라기는,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기로 어두운 곳을 환하게 비추는 기자로서의 부름에 애써 주기를 소망한다. 5년에 한 권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는 손은혜 저자가 다음에는 어떤 책을 세상에 내놓을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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