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에세이 한 권을 읽었다.
정정화님의 <16전 17기 좀 느리면 어때?>이다.
오랫만에 책표지에서 종이학 그림을 보았다.
동시에
학창시절에 종이학을 백마리인가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백'이라는 숫자에 지레 겁을 먹고 시작도 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무진장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걱정과 그 시간동안 내가 들여야 하는 정성, 노력 등이
숙제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어린시절에 나는 인내심이 없는 소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정정화 작가는 나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자신이 목표로 정한 일에 열 여섯번 도전하고 열 일곱번째에 이루어낸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앞표지의 종이학에서 받은 인상 때문인지 책의 뒷표지도 한 번 돌려다 보게 되었다.
20대의 절반이상인 6년의 시간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작가의 사연이
빈센트 반고흐의 목소리로 적혀있었다.
프로필을 보니 작가는 학교전담경찰관이다.
요즘 초등학교에 보면 학교전담경찰관의 사진과 함께 연락처가 적혀져 있는데,
저자가 경찰관이라고 하니 왠지 책의 내용에 궁금증이 더 생겼다.
그녀는 어떤 사연의 주인공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나름의 시련과 역경을 겪으며 살아간다.
각자에게 할당된 십자가의 무게를 짊어지고
버티던지,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던지
그것은 오로지 인생주인공 각자의 선택과 집중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경찰관이 되기 위해
20대에 감당해야 했던 자신의 십자가의 무게를 버텨낸 사람이었다.
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경찰관이라는 오직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감내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책 속 구석구석에는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만이 우려낼 수
있는
가슴에 와닿는 따뜻한 인생 충고들이 참 많이도 숨어있다.
그 중 내 마음에 가장 깊이 와 닿는 글귀가 있다.
'꽃잎이 떨어져도 뿌리가 뽑히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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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흔들리고 상처입고
아파하더라도
땅을 딛고 서 있는 뿌리만
온전하다면
언제든지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책의
목차에서도 그녀만의 16전 17기의 뚝심이 묻어난다.
한 장 두장 넘기다보니
대한민국 워킹맘으로서 그녀의 고군분투기가
느껴진다.
이런 분들은 흔들리는 청춘들이나 갈피를 못잡는
초보맘들 주변에 꼭 한사람씩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집 언니처럼, 옆집 아줌마처럼 곁에 함께
지내면서
조곤조곤 인생살이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
바로 눈 앞의 일만 해결하기 급급하고 불안과
초조가 국민 공통적인 감정인 요즘같은 시대에,
조금은 느리지만
결국은 해낼 수 있는 끈기와 용기 그리고
도전의식은 바로 자기 자신 안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인생철학이 단단히 세워진 멋진
멘토가 인생과외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그녀의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공감이
가는 소절들을 남겨본다.
"미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니까 당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윈스턴 처칠-
작은 미션을 스스로에게주고 성취했을 경우
나만의 마시멜로를 주라.
내가 행복해져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인생에서 가까이 보는 것보다는 멀리
보는 훈련을 해야한다.
바로 눈 앞에 떨어진 일들로 허둥대며
지내다보면
앞으로 조금 더 먼 미래의 나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한채로 하루하루를 보내버리고
만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정목스님의 책
제목처럼
'좀 느리면 어때?'라는 본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는 빨리 목적을 달성하는 것
보다도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끝까지 해내는 자에게만 인생은 승리의 왕관을
선사한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