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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 대문자 뱀
  • 피에르 르메트르
  • 16,920원 (10%940)
  • 2026-02-24
  • : 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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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의 ‘대문자 뱀’을 읽었다. 한국판 소설의 표지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르메트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도 주변에 많이 계시고, 아직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첫 책을 읽게 된 것. 보통은 모든 예술가들이 일정한 시간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면서 완숙기에 이르기도 하지만 작가들의 경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메리 셜리는 프랑켄슈타인을 스무 살에 집필하지도 않았던가. 김애란 작가가 달려라 아비를 처음 발간한 것도 무려 이십년 전이니 작가들의 첫 책은 어쩐지 ‘타고난 작가’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괜한 생각이 들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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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마니아라고 하기에는 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읽을 때마다 취저인 것을 보면 확실히 좋아하는 분야인 듯하다. 르메트르의 경우 범죄소설 시리즈를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콩쿠르 상을 수상한 「오르부아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그래픽노블로 먼저 접하고 나니 이미 읽기도 전에 그의 소설들이 좋아지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다시 한 번 르메트르가 추리소설의 장인으로서 디시 한번 누와르 소설을 써주기를 많이들 바랬다 하는데 그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의 미발표 초기작 「대문자 뱀」을 발표함으로써 범죄소설의 시작점이자 마침표로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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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에 태어나 50대 중반에 등단한 그이지만 이 책의 경우 1985년에 쓴 것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20여년 전 쓴 소설이기도 하다. 근래 국내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의 불완전한 기억을 가진 면이라든가, 구병모 작가의 「파과」를 통해 낮설지 않은 캐릭터로 자리 잡은 여성킬러의 이야기 이지만 누아르 소설의 경우 일반적인 문학에서의 캐릭터와 달리 확실히 이야기가 ‘캐릭터’에만 한정되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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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속도감과 눅눅한 긴장감, 사건의 발생, 대부분의 것들이 드러난 상태에서 시작을 불구함에도 독자는 다음페이지를 기다리고 그렇게 읽어나가는 동안 구성한 소설의 세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지점이 있다. 뭐랄까.. 이야기의 전개에서 예상치 못한 부분을 맞닥드린 그 순간에 오히려 조용하게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을 맞이하다보면 확실히 르메트르가 말한대로 누아르 독자들은 피와 죽음, 불공정함을 기대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종종 언급하지만 예상 밖의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데 캐릭터만큼 내게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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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은, 추리소설이라 이 소설을 앞으로 읽을 분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중반까지 구축한 서사가 한 차례 사리지는 즈음에도 이야기가 계속되고, 후반부로는 캐릭터 속에 이야기를 잘 묻어내서 마무리를 한다. 작가가 1985년에 이 소설을 쓰고, 설령 타고난 작가라 할지라도 그 후로 오랫동안 소설을 써왔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이나 크게 수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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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비극이 갖는 위상, 일찍이 오랜 기간 동안 고딕문학이 사랑을 받아오던 이 모든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누아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것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불공정 세상이 주는 섬뜩함이 때로는 현실을 덜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역설(실제로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이 주는 나름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문자 뱀」의 경우 살인과 폭력, 그 세계로의 끌어들임 등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야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희미해지는 기억을 갖게 되면서, 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신체와 마음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다, 장르소설의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일반적 감정이입 없이 독자가 그 이야기 속에 있지 않아도 매우 잘 읽어낼 수 있다는 면에서 잊을만하면 찾게 되는 것 같다. 한편의 영화로 제작되면 원작만큼이나 재밌을 것 같아서 영화로 꼭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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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르메트르#대문자뱀#열린책들#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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