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최진우, 한겨레
칼럼 (column) :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려 주로 시사, 사회, 풍속 따위에 관하여 짧게 평한 글.
이 책은 글쓰기와 칼럼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쓰기 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 전문 강사였던 저자의 경험과 기술이 모두 담겨있는 책. 특히 글쓰기와 그 외의 모든 과정들을 ‘요리’에 비유하며 독자에게 글쓰기 레시피를 전수한다.
정치나 사회의 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쓴 글이라는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일상에서 시작되어 평소 관심있는 영역에 대한 주제까지도 모두 칼럼이 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칼럼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우리가 이미 칼럼리스트라고 말하고 있다.
글감창고를 만들과 장악하는 방법, 첫 문단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방법, 글의 배치, 논리적인 근거, 보다 나은 글을 위한 퇴고법, 글의 종결까지. 기초부터 쉽게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으로 언제든 꺼내어 보고 싶은 글이 될 것 같다.
🔖 P.42 글감 창고란 소재를 가득 보유하는 공간이자 소재가 글감으로 발효되는 공감입니다. 무질서한 메모장과는 다릅니다. .메보장안에는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며 뒤엉키지만, 글감 창고에는 반듯한 선반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설치되어있고 그 위에는 소재가 놓여있습니다.
🔖 P.162 명료한 주장은 사안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냅니다. 근거가 명확하면 독자는 설득당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주장의 과정이 타당하다고 여기게 되니까요. 글쓴이가 지닌 세계관에서 도출된 주장이 나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거지요.
🔖 P. 205 퇴고는 글 쓰는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초고를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자리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고, 적확한 어휘는 없는지 궁금해 사전도 찾아보게 됩니다. 중복되는 게 거슬려 다른 구절로 표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휘력이 향상됩니다. 문단 배치를 슬쩍 바꿔 가며 글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훈련도 할 수 있어요. 어떤 부분을 첫 문단으로 할지, 마지막 문단에 적절한 내용은 무엇이 좋을지 고민도 하게 됩니다. 직접 옷을 바꿔 입으며 의류 매장 거울 앞에 서서 얼굴색이나 헤어스타일과 어울리는지, 표정과는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퇴고는 그 자체가 글쓰기 훈련입니다.
🔖 P. 294 집을 볼 때마다 그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 담이 허물어지고 나무도 뽑힌 광경을 보았어요.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 같나요? 아니면 다른 건물이 세워질 거라며 무덤덤하게 지나갈 것 같나요? 만약 소스라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질겁한다면 여러분은 근사한 칼럼을 쓸 ‘소양’을 지녔어요. 바로 감성입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감성 유무가 지니는 간극만큼 칼럼의 깊이가 결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칼럼이라는 나무는 감성의 대지에 뿌리를 내릴 때 자랄 수 있으니까요.
칼럼을 쓰기 위해 감성에 호소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억지로 감성을 자극해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거나 설득하는 ‘감성팔이’와는 더더욱 거리가 멉니다. 감성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로 어떤 일이 발생할 때 느끼는 마음을 의미하는 감정과는 다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