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쿠키의 독서부키!
  • 이적의 단어들
  • 이적
  • 13,320원 (10%740)
  • 2023-05-25
  • : 4,024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은 수식어가 필요치않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의 생애첫 산문집이다. '인생의 넓이', '상상의 놀이', '언어의 차이', '노래의 깊이', '자신의 길이' 총 5부로 이뤄진 주제 안에 그가 고른 101개의 낱말들과 그 낱말들로 풀어낸 101개의 단편들이 담겨있다. 그가 고른 낱말들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기에, 어느 누가 읽어도 5부의 주제 중 하나 쯤은 그 깊이를 가늠하고 싶게 만든다.

가장 오래도록 머물었던 낱말 하나를 소개하자면, 5부 자신의 길이의 '고수'였다.

『고수를 좋아하게 된 건 서른 살부터였다. 그 전까지 고수를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음식에서 화장품 냄새나는 풀을 넣는다고? 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지?
서른 살 때 보스턴의 한 베트남 식당에서, 속는 셈 치고 시도해보라는 친구의 말에, '그래, 외국까지 왔는데 눈 딱 감고 마지막으로 먹어보자'라는 생각으로 고수와 쌀국수를 입에 듬뿍 밀어 넣은 순간, 이 허브의 존재 이유가 온몸으로 납득이 되며 덜컥 사랑에 빠졌다.
어떤 맛은, 어떤 경험은 그러하다. 벼락같이 기호를 바꾸고 인생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그러니 마음을 열어두자. 완성된 취향 따위는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바뀔 때 젊다. 』


한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문장으로 이뤄진 단편안에 그는 알차게도 많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자신이 고수를 싫어했다는 것, 고수를 싫어해서 외국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다는 것, 결국 고수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는 얘기까지. 이토록 평범한 일상 안에 깊이있는 자신의 생각을 불어넣는다. 유독 그의 생각의 깊이가 독자를 움직이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깊이가 낱말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아닐까.
이적의 노래 <하늘을 달리다>만 봐도 그렇다. 왜 굳이 마른하늘을 달리고 싶었을까? 단지 스타워즈의 스카이워커보다 한발 더 빠른 스카이러너가 되고 싶었다는 이유라는 사실은 어느 누가 읽어도 설득된다. ㅎ

그는 낱말을 제시한다. 나는 그 낱말을 생각하고 구체화시킨다.
이적의 문장들은 내가 생각한 그 낱말의 이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따뜻하고 순수했다.
담백하고 위트있게, 깨우침을 주지만 재기 발랄하게, 때로는 정직하고 우직하게.
생각치도 못한 다음 장에서 나에게 안성맞춤인 낱말을 마주한다.
어쩌면 저자가 노린 우연을 가장한 낱말들의 각기 다른 매력어필일지도.
그리고는 갑자기 찾아온 그 문장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읽고 또 읽는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가 되었는데, 한 글자씩 곱씹으며 문장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단편집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도 있다. '거꾸로 읽기'
첫 장에 제시된 낱말을 가려본다. 두 번째 장에 일구어진 문장들을 먼저 읽었다. 오히려 낱말을 보지 않고 읽으니, 가둬두지않고 문장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이적의 시선을 내가 맞추는 행위는 생각보다도 더 경쾌했다.

평소 이적의 SNS 행적을 쫓는 편이다. 그의 음악과 그가 내뱉는 말의 형상이 좋아서 ! 그의 낱말들을 , 문장들을 들고 다닐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로 충분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과 이 느낌을 공유하고싶다.

이 책을 통해 이적의 문장들을 처음 만나더라도, 몇 장 넘기지 않은 채 녹아드는 자신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리고는 101가지의 낱말들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게 되겠지.

다정한 그의 시선이 이 지구에 계속되면 좋겠다. 다양한 형태의 섬세한 문장들이 나를 비롯한 더 많은 이들의 미소를 번지게 하도록!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