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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가지런히
- 남인숙
- 16,020원 (10%↓
890) - 2025-07-03
: 5,338
일상은 멈춘 듯이 고요한데 생각과 마음은 어지럽다. 외부 자극 없이 가만히 있어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피로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모양새로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달리다 보면 도리어 내 마음을 챙기지 못해서 반대로 공허함에 압도되기도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음을 가지런히』는 감정이 흔들리는 시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태도와 거리두기에 대해 말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에서 주어지는 인사이트가 나는 분명 어느 시기를 지나는 사람이라도 닿을 수 있을 소중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강요하지 않지만, 강요당하고 싶을 만큼 의미가 있고, 사유하게 되는 이 책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생각이나 감정을 쪼개서 이름을 붙이다 보면 저절로 정리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19p)”
인생에는 생각의 굴레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생각에 얽매여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생각이 모두 정답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펜을 들고 실제로 지금 드는 생각이나 감정이 멀리 확장되거나 본질이 사라지지 않도록 가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어떤 실용은 가장 강력한 위로이자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할 만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굴레에 갇혀 스스로를 비관하거나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지금 드는 생각과 감정의 본질과 사실에만 집중하며 간단히 축약하면 의외로 생각이 쉽게 풀릴 수 있다.
“태도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태생적으로 누구나 어느 정도의 못생긴 마음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건 의외로 아름답다. 나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앞에 두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혹은 덜 다치게) 애쓰는 것 정도가 평범한 사람의 선함일 것이다. 이솝이 말했다. 평생 착한 척하고 살다가 그걸 들키지 않고 죽으면 그게 착한 사람인 거라고.(25p)”
언젠가 문득 나 자신이 지킬 & 하이드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같은 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심하다거나 은근히 냉정한 구석이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나는 일관되지 않은 나의 모습을 스스로 정의하려다가 울화를 느끼기도 하고, 답답한 날들을 지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강한 신념이 있기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의 그런 태도는 서툰 내 모습을 합리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는 고집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아도 상대는 느낄 수밖에 없다. 상대의 태도에 우리가 많은 것을 읽어내듯 말이다. 하지만 내가 싫은 대상에게도 정성은 다하지 않을지언정 성의는 표시하는 정도의 태도는 그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태도이자 행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한참 머물게 했던 이 문장이 내 마음 안에서 좀 더 성숙하고 웅장한 고요의 파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나 자신이 거슬리지 않을 때 그게 나를 사랑하는 상태였다. 38p”
나를 사랑하는 상태를 말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과제일 것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나에 대한 피드백과 내면으로부터 단단히 채워지는 자존감.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막연한 미지의 세계다.
그런 내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 편해진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경지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거슬리지 않으려면 내게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과 무한한 신뢰가 바탕일 것이다. 나는 그런 신뢰와 편안함을 정작 스스로에겐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어떤 바람과 그걸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투명한 장벽이 있다. 그러한 장벽은 대체로 허리나 가슴 정도의 높이다. 무릎 아래라면 그게 바람이라고 의식하기도 전에 넘어가고,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면 넘어갈 욕망조차 사라진다. 가슴 높이의 장벽 앞에서 어떤 사람은 디딜 것을 찾아와 옷이 상하는 걸 감수하며 담을 타고 넘고, 어떤 사람은 저건 못 넘는 담이라고 망하며 담 너머를 흘끔거린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수많은 바람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일 때가 많다.(51p)”
단 한 줄의 메시지라도 이렇게 내게로 와닿으면 아무렇게나 저장해 둔 수십 개의 동기부여 영상보다 강렬하게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건 게으른 뇌가 만들어 놓은 패턴인 ‘자동사고’다. 자동사고가 삶에 불리한 쪽으로 세팅되었고 그것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무기력한 운명론자가 된다.(137p)”
이 책에서는 삶의 선택과 그 선택 속의 태도, 태도와 함께 따라오는 감정선까지도 섬세하게 다루었다. 나는 작년에 작가님의 『어른 수업』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올해 신작인 『마음을 가지런히』를 출간 전부터 기다려왔다.
책은 감정을 다독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다루고 정리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인간관계의 기준, 삶을 유지하는 루틴과 사고 정리의 기술까지 짚어준다.
『마음을 가지런히』는 <마음 정리 안내서>로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지켜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나만의 고요를 찾고 인생을 정갈히 살아가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복잡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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