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지은이: 이동호
펴낸이: 서상미
펴낸 곳: 책이라는신화
기획.책임편집: 김윤정
봄꽃을 기다리며
p 283
봄이 오는 모습은 늘 그렇습니다. 젊은 애들 말대로 밀고 당깁니다
날씨가 왜 이래,라고 말하면 투덜이고 원래 이렇다고 알면 현자입니다.
3월 중순이 지났는데 폭설이 오고 날씨가 왜 이래, 하며 투덜 거리고 있는데
작가님이 투덜대지 말고 현자의 대열에 끼자고 말씀하셔서 부끄러웠어요.
얼마 전 예당 음악회 끝나고 가까이 있는 우면산 둘레길에
봄이 온 걸 확인하러 들렸는데 소리 소문 없이 와 있더라고요.
꽃길 따라 걸을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이동호 작가님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살다가 농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 인해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귀농하셨다고
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벌에게 안부를 전하고,
밭으로 향하는 농부 이동호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는 작가님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면서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 생사 확인 시켜줄 겸 안부 전하는 글을 모은 거라고 해요.
소박하고 가난한 농부로 사는 게 꿈이고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 있지요.
씨 뿌리고 거두는 과정과 사계절의 변화, 더불어 작가님의 철학까지
녹아 있는 글은 많은 위로와, 공감,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해줬어요.
p 81
올해 얻은 씨앗수를 어림 짐작해 보니 1억 개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돈으로 1억이면 좋겠지만 갓 씨앗 1억도
나쁘진 않습니다.
p 139
가난하고 소박한 농부라서 많이 벌이지도 않고 약간의 여유가 있어
이웃과 조금씩 나눌 수 있으면 그만이니 일이 벅차지도 않지요.
p 186
돈으로 따지면 불과 몇 푼일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을에 말린 채소를 한가둑 안고 있으면
엄청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더란 말입니다. 그때 알겠더라고요.
빈부를 가르는 기준이 돈 말고도 또 있다는
것을요.
소박하신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지시죠?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
p 203
봄날 꽃향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즐겁거니와 가을날
맑은 달빛 아래서 바라보는 인생살이도 꽤 괜찮습니다.
그런 모습들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데 사람들 마음속
근심 걱정이 눈을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너는
좋겠다. 그럴 여유가 있으니. 나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단다'라고 하는 친구는 죽을 때까지 보이지 않는
거고, 잠시나마 훌훌 털어버리면 폭포처럼 가을이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도시에 살아도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가까이하라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라고 권하시네요.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겠어요.
'어느 착한 농부의 편지'라고 해도 좋았겠다 생각했고
한자에 대한 주석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마음에 여유를 찾고 싶은 분 들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