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GV 홍보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GV에 한참 관심 있던 무렵, 이동진 평론가 못지 않게 눈에 띄는 GV 진행 평론가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허지웅이었다.
어찌어찌 온라인 상에서 그의 글들을 접하며 얼추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예능프로그램과는 쿵짝이 맞지 않을 것 같은 그가 <마녀 사냥>의 핱가이로!
방송계의 라이징스타로 떠오르며 인기몰이를 할 무렵 그의 소설을 서점에서 보게 됐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개포동 김갑수씨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는 김갑수씨와 우리들
이 책을 잡은 누군가는 한 번쯤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을 안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실제로 인터미션 부분에 마녀사냥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들이 있기도 하고, 마녀사냥의 허지웅이라면 소설 속 갑수씨가 했던 연애를 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호기심은 점점 사라졌다. 사실이건 아니건, 연애 앞에서 울고 웃고 후회하고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은 우리들이 만나고 느끼는 연애와 다르지 않았다. 연애의 횟수, 경험과 관계 없이 연애 앞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갑수씨도, 허지웅도, 지구에 발 붙이고 사는 누군가도 비슷비슷하다는것. 나는 이 소설이 괜히 '연애 좀 하는 오빠, 연애 좀 해본 오빠'의 화려한 연애 소설이 아니라 좋았다. 이미 끝나버린 관계를 놓고 후회하고, 매달리고, 그리워하고- 그런 꾸밈없는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어 더 애착이 가고 공감이 갔다.
깨알같은 연애 어록이 담긴 미니북 '연애의 이유'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을 사면서 제대로 득템했다고 생각한 부록(?)이 바로 미니북 '연애의 이유'다. (1~3쇄에만 붙어 있다는 미니북 ㅠ 오프라인 서점 중 간혹 미니북이 붙어 있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은 언니는 이 미니북이 눅눅하고 꿉꿉한 마음을 정리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며, 마르고 닳도록;;;; 추천을 해줬다. 당췌- 얼마나 실한(?) 녀석이길래 이러나 싶어서 봤더니, 그럴만했다! 가히!!! 마르고 닳도록 추천할 만했다. 그가 방송에서 연애에 대해 한 이야기를 액기스만 뽑아 편집한 책으로 시속 200km의 연애 돌직구를 리얼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가 직접 경험한 연애와 그에 대한 단상을 시원시원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가식없이. 딱 허지웅스럽게. 허지웅의 냄새(?)가 한껏나는 단어들로-ㅎ
'사랑은 갈수록 어렵고 이별은 언제나 가깝다.
그대를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가 경험한 연애도, 갑수씨가 경험한 연애도, 내가 경험한 연애도 결국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다. 연애 앞에서는 언제나 서툴고 낯설고 또 아픈... 그런 우리들의 연애 소설...
그런 소설이 바로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 아닐까.
'사랑은 갈수록 어렵고 이별은 언제나 가깝다.
그대를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녀가 내 것이면 좋겠다, 매일 같이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너의 부은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