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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iminji님의 서재
  •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
  • 김진
  • 22,500원 (10%1,250)
  • 2026-04-29
  • : 79,200
권력은 언제 리더십이 되고, 언제 폭력이 될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점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그 권력은 폭력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이다.
처음에는 ‘갑질하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일까’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이 장이 던지는 질문은 갑질하는 사람의 성격이 선한지 악한지를 판단하는 데 있지 않았다. 핵심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영향력을 얼마나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
나는 오랫동안 조직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관리 업무를 하다 보면 구성원들에게 업무 기준을 안내하고, 그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는지 확인해야 할 때가 많다. 필요한 경우에는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개선을 요청하며, 같은 내용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들도 업무의 중요성과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익숙해진 방식이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일부 과정이 누락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준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필요한 자료와 방법을 공유해도 변화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때가 있다.
관리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맡고 있다 보니,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여러 번 안내했는데 왜 실행되지 않을까?’
‘필요한 이유까지 설명했는데 왜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쌓이면 어느 순간 구성원의 상황과 어려움을 충분히 듣기보다 “정해진 기준대로 해주세요”라는 말부터 앞서게 된다.
업무의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관리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요구가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모든 전달 방식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뿐만 아니라,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결국 관리자는 구성원의 행동만 점검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말과 태도 역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옳은 말이라고 해서 항상 옳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기준을 지켜달라는 요청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먼저 제안하고 상담 내용을 충실히 기록하는 것은 고객 경험과 영업활동을 위해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옳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전달 방식까지 모두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리자는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그 권한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관리자가 가볍게 던진 한마디도 직원에게는 평가나 질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나는 업무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했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업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직원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요구로 남을 수도 있다.
특히 경험과 연차가 쌓일수록 내게 익숙하고 당연한 기준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말에는 업무의 기준도 담겨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더 이상 확인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숨어 있을 수 있다.
권력이 폭력으로 변하는 순간은 꼭 소리를 지르거나 무례한 말을 할 때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유일한 정답처럼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에도 관계의 균형은 무너질 수 있다.

사람의 문제일까, 구조의 문제일까
현장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우리는 쉽게 사람의 태도부터 판단한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여러 번 말해도 듣지 않는다.’
‘기본적인 업무인데 왜 하지 않을까.’
물론 조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 있고, 구성원에게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책임이 있다. 모든 문제를 환경이나 관리 방식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관리자는 책임을 묻기 전에 한 단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원이 정말 기준을 몰랐던 것인지, 기존의 업무 습관이 남아 있었던 것인지,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인지, 혹은 관리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말하고 어떻게 실행할지는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시승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고객과의 대화 중 어느 시점에 어떤 표현으로 제안할지 알려주는 것은 다르다.
“상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입력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과 어떤 내용을 어느 수준까지 기록해야 하는지 예시를 보여주는 것도 다르다.
사람의 의지와 기억에만 기대는 것보다 필요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체크리스트와 업무 흐름을 만드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그래서 관리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기 전에,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해하는 것과 방임하는 것은 다르다
직원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기준을 낮추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관리자는 기준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과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안내와 지원이 있었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피드백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순서라고 생각한다.
이유를 확인하기 전에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는가.
실행 방법을 제공하기 전에 결과부터 요구하지 않았는가.
직원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만큼 나의 전달 방식과 지원도 점검했는가.
기준을 세우는 것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이 분명할수록 그 기준을 전달하는 과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권한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책임
이 책의 내용이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리 원칙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오랜 조직생활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고, 관리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오래 남은 것은, 알고 있는 것과 매 순간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업무가 바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커질수록 관리자는 과정과 관계보다 성과를 먼저 보게 된다. 여러 번 설명했다고 생각할수록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 일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바로 그럴 때일수록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나는 업무적으로 옳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과정을 생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가진 경험을 정답처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직원에게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관리자로서 제공해야 할 지원은 충분했는가.
건강한 권력은 사람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힘이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분명한 기준을 세우면서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계속 돌아볼 수 있는 힘이다.
관리자가 자기 통제를 멈추면 권한은 통제가 되고, 통제가 반복되면 폭력에 가까워질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점검할 수 있다면 권력은 누군가를 누르는 힘이 아니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된다.
경험이 쌓였다는 것은 내가 늘 옳다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 말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큼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의 이 장은 새로운 답을 주기보다, 관리자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을 다시 꺼내주었다.
나는 지금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리고 내 말이 옳은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까지 살펴보고 있는가.
관리자의 품격은 많은 경험이나 높은 직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태도, 어쩌면 그것이 권력을 리더십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관리자의 품격은 ˝자기점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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