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론이 났어요? 내가 물었어.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질문하기 위해 묻기 위해. 그리고 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다보면 우연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돼. 하지만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질문하면 할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돼. 그가 말했어.
이제 사람들도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말했어.
맞아. 그가 스스로도 놀라며 말했어. 하포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
소피아와 아이들도 심술쟁이 헨리에타도 좀 그런 것 같지만, 그건 자기가 나한테 완전한 수수께끼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적장벽을이처럼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워커는 이 작품을사회적인 작품이 아닌 신학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가 서문의 표현을 빌리면 이 작품은 ‘영적 포로로 인생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용기와 타인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는 사람의 힘겨운 여정‘을 담고 있다. 과연 그 말대로 주인공 셀리는 비참한 폭력의 희생자였으나 자신이 충만한 신성의 일부임을 깨닫고 자유와 행복을 얻는다. 그 변화의 과정은 어쩌면 특이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남편의 애인을 사랑하는 상황은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뒤흔드는 ‘계시‘란 그렇게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계기를 통해, 밑바닥에 짓눌려 있던셀리는 강하고 독립적인 (그러나 여전히 부드러운) 여성으로 일어서게된다. 그 지난한 과정을 워커는 신학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워커가 말하는 신성이 기성 종교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작품 속 슈그의 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컬러 퍼플‘은 ‘보라색‘이라는 뜻이다. 책에서 보라색은서너 번 언급될 뿐이다. 하지만 셀리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슈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보라색은 어디에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고통 속에서도, 차별 속에서도, 억압 속에서도 세상 곳곳에는 아름다운 보라색이 빛난다. 그것은계시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을 기뻐하는 것이 해방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너무 나이브하고 초점이 빗나간 것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해방이란 억압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인 동시에 억압된 삶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는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사랑하는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감수성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문학의 책무일 것이며, 워커와 컬러 퍼플은 그 일을 아주 잘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