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edia666님의 서재
  •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조이스 박
  • 15,120원 (10%840)
  • 2024-04-25
  • : 2,581

조이스 박의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옛이야기와 동화에 숨겨진 상징, 의미, 비밀들을 샅샅이 파헤친다. 주로 서구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한국의 옛이야기도 종종 언급되는 점이 만족스럽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들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을 일깨워 준다. 읽고 나서 이야기의 원형과 상징에 대한 지식이 대폭 늘었음을 느꼈다.

다소 여성주의에 치우친 해석을 하는 부분도 있으며 남성을 소외시키는 느낌도 있으나,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 명확해 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 할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 초반에 동화 속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시하며 흥미를 일으킨다.

-왜 백설공주는 그런 외모를 타고 났을까?

-왜 난쟁이들은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넣었을까?

-왜 백설공주의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을까?

-왜 빨간 모자는 숲에 들어갈까?

-빨간 모자의 할머니는 왜 숲에 혼자 살고 있을까?

-왜 용은 공주만 잡아갈까?


보기만 해도 호기심이 동하는 질문들이 속속 등장한다.


현대의 동화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또한 언급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오나시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왜 치히로는 가오나시를 친근하게 대했을까?


저자는 동화 모티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스 신화까지 나아간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해 혼인하는 이야기의 모티프가 영웅이 용을 죽이고 공주와 결혼하는 전형적인 로망스로 이어진다는 것.

메두사의 머리는 뱀으로 되어 있고, 페르세우는 바다의 용을 물리친다. 공주는 용이 잡아간다.

다 파충류인 점이 과연 우연일까? 파충류를 물리치는 것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기대해도 좋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의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는 왜 거인을 죽이는 이야기가 없느냐는 점이었다.

거인은 아버지를 상징하며 아버지를 죽이는 신화가 서구에 즐비한데 한국에는 그런 신화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단군 신화에서 곰은 인간이 되었지만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는 오히려 이후에 한국에서 온갖 이야기로 전승되고 신성한 존재로 떠받들어졌다는 아이러니도 흥미롭다.


예사로 생각하고 지나쳤던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듣고 나면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고무되기도 한다.

가부장 사회에 의해 선택된 여성의 미덕만이 살아남은 '공주' 이야기, 동물적인 본성을 이겨내는 내면의 여성성이 구원의 힘이라는 메시지 등은 예사로 읽고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메시지들이다.

숲은 우거져있고 수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아름답고 어둡고 깊어서 들어가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그런 유혹

12p


저자는 숲이 우리의 내면, 무의식을 뜻한다고 말한다. 내면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다. 이야기를 읽으며 무의식을 탐험할 실마리를 얻는다.

그렇게 헨젤과 그레텔이 떨군 빵조각을 따라가듯 호기심과 의문을 따라 저자와 함께 이야기의 세계를 실컷 탐험하고 나면 어느새 우리 내면의 숲을 들여다볼 용기와 지혜가 생길 것이다.

아니, 그것들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