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지옥
Iloilo 2026/04/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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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지옥
- 김인정
- 15,120원 (10%↓
840) - 2026-04-20
: 510
동양의 미(美)를 유려하게 담아낸 문체와 호흡을 가늠할 수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는 중단편의 물리적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압도적인 흡인력을 선사한다.
[1] 선화 蟬花
더러운 세상을 알고
황홀하고도 난만한 세상을
어찌 알겠느냐?
- 이 몸과 함께 살고 지고
- 네 몸과 함께 피었다 지고
[2] 화선 花仙
구원은 여럿 얼굴을 하고
어리석의 신선의 연민은 무엇을 바라
지상에 비꽃을 흩뿌리는가
[3] 권커니, 그대여 종일토록 취하시라
그리운 이는 세상을 떠나 무엇을 남기나
발자국을 남길까 걸음을 따라선다
혹여 향기 흘릴까 시린 공기 한껏 들이쉰다
두볼에 흐르는 별가루엔 그리운 내음새 없다
[4] 누마의 여름
‘신의 뜻을 듣고, 그것을 말하는 자’의 불온한 기도
예지인가 망집인가?
아직 오지 않은 여름날의
신라 화주(花主) 청여혜, 그는 어떤 얼굴로 누마를 품에 안을까
[5] 화적 花賊
세월에 가차없이 흔들리는 타인의 사랑을 관조하며
‘나라면 아니 그럴 것이야’ 쉽게 내뱉곤 했지만
결국 ‘말했어야 했다’고 울부짖는 헌오의 오만과 회한에 대하여
[6]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
사사로운 정이 무엇이길래
흩날리는 티끌
찰나의 시간
다잡은 마음 흔들리게 하는가
[7] 동백
철모르고 핀 동백
때가 아닌데 핀 생명은 차갑게 저문다
모두가 꽃으로 살다 떠나는 세상 한 가운데서,
붉은 자국 남긴 동백의 따스한 연정
[8] 그리고 낙원까지
아버지 원수에게 검을 배우는 열여덟살의 설(雪).
그녀에게 기꺼이 목숨을 내어주는 스승 연교.
채 누르지 못한 연심의 마침표
—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여덟편의 이야기.
줄어드는 책장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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