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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올리브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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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0-11-16
: 3,482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올리브는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되었다. 남편 헨리가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원에서 유명을 달리하고, 혼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처럼 아내를 잃은 잭과 만나게 되고, 이 둘의 관계가 발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은 끝이 났다.
<다시, 올리브>는 올리브와 잭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면서 이전 소설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후속 이야기가 나오거나 또 다른 인물들의 삶을 그려넣은 소설이다. 무엇보다 올리브와 잭, 그리고 그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이웃들의 노년을 상세하고 섬세하게 진술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노년의 삶이 매우 애잔하면서도, 진솔하다. 올리브와 잭은 노년을 의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그러나 분명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하여 약 9년을 함께 살다 잭마저 어느 날 밤, 올리브 곁에서 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난다. 올리브는 80대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잭은 올리브와 결혼하기 전의 아내, 벳시를 생각한다.
"그는 욱하는 마음에 벳시와 결혼했는데,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도 그랬지만 아내 역시 대학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톰 그러거라는 남자 때문에 욱해서 결혼한 것이었다........지금은 누군가가, 바텐더가 곁에 있었다.....지금껏 저지른 모든 실수에 대해 벅찬 후회를 느끼는 일흔네 살의 남자, 그게 자신이라는 걸 그는 깨달았다"(15-16쪽)
욱해서 결혼한 사이지만, 잭은 결혼 자체를 후회한다기보다 그 결혼생활 동안 벳시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곁에 없음을 인식하고 그녀를 그리워한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토록 그립다는 것. 이것이 노년의 마음이다.
후회, 잭은 아내 벳시가 살아있을 때 바람을 피웠다. 하버드대의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바람을 피웠던 일레인이라는 여인이 어느 날 잭이 살고 있는 마을에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을 사다리 삼아 위로 올라가려던 여자였다. 잭은 그녀 때문에 하버드대학의 교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사회적 지위,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그녀가 했던 못된 행동들, 그 때는 그녀의 본심을 알지 못했고, 불륜이지만 사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노년이 되어 잘나가는 그녀를 다시 보니, 비로소 그녀를 통해 자신이 보인다.
"잭은 너무 무서워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무서운 것은 인생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신이누군지, 혹은 뭘 하는지 모든 채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그의 내면에 전율을 일으켰고, 그는 그것을 자신이 느낀 대로 정확히 표현할 단어조차 잘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해 스스로 모르고 있었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눈앞에 큰 맹점이 존재했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정말로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267쪽)
잭의 정부, 일레인을 통해서 자신의 지난 날이 얼마나 허접했는지, 성공한 자의 오만과 졸렬함이 어떠했는지 비로소 인식하게 되면서, 잭은 지난 날의 과오와 직면한다. 올리브가 있음으로 해서 그나마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잭. 과거를 후회하지 않을 인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비로소 자신의 과거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일 수 있겠다. 가면을 벗었을 때 나타나는 자신의 허접한 욕망과 허세와 오만, 마치 그것을 위대한 장식처럼 입고 다녔던 과거. 그걸 자신만 몰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비참함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일까. 잭은 올리브와 살갖을 부딪힘으로 그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오, 그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올리브)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갖다댄 순간 몸속으로 안도감이 퍼졌다"(20쪽)
잭이 느끼는 것들이 올리브에게도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올리브는 잭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이 눈먼 사람처럼 인생을 살아왔다고 느꼈다............................그녀도 앤(올리브의 아들 크리스토퍼의 두번째 아내, 올리브의 며느리)과 같은 행동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헨리(올리비의 죽은 전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누구 앞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러고 싶어질 때마다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들은 엄마같은 여자와 결혼했다........................엄마 없는 아이를 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깨닫지 못한 채. 이제 그 아이는 집을 떠나 멀리멀리 가버렸다"(150쪽)
아들 크리스토퍼와 멀어지기만 할 뿐, 좀체 서먹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올리브, 저 깨달음이 번개처럼 자신에게 오기 전까지는 아들 크리스를 원망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크리스, 더하여 며느리 앤이 아들과 자신의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도리어 올리브 자신이 크리스에게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사랑했지만 크리스에게 필요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한 자신을 느즈막이 노년에야 비로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의 허무함과 공허함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역시나 그녀는 이 모든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한다. 독자가 올리브에게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들에게만 미안함을 느낀 것이 아니다. 올리브는 자신을 돌보러온 신디에게 고백한다. 헨리에게 대한 자신의 마음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별로 잘해주지 못했다는 거야. 그게 지금 마음 아픈 거고. 정말로 마음이 아파. 요즘 이따금-아주 드물긴 하지만- 내가 인간으로서 아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헨리가 내게서 그런 모습을 전혀 못 봤다고 생각하면 정말 괴로워"(205쪽)
그리고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와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459쪽)
어찌, 올리브만 그럴까. 완전하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삶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미지의 세계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인생.. 어찌 후회가 없겠으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없을까. 잘 살았다 싶어도 오점이고, 실수투성이다. 인생이란 죽음에 가닿아야만 진실을 직면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유행가 "사랑이 필요한 거야~~"라는 가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우리 모두가 잘나고 빈틈없는 완벽자들이라면 뭐 그리 사랑이 필요할까. 그래서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한 거다. 각자에게 '사랑'이 어떻게 해석되는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알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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