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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곳님의 서재
알싸한 사랑의 끝 맛.
바람이 머무는곳  2009/09/11 20:11
  •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 조디 피콜트
  • 12,420원 (10%690)
  • 2008-11-17
  • : 3,279

이 책을 읽은지 좀 되었다. 책 표지가 바뀌기 전 재본의 책을 읽었으니까... 

쌍둥이별 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고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함에 단숨에 책장을 넘겨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이 책 속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와 마주했다.

나는 부모가 아니기에, 사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안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자신의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그 심정을 이해 했다.

안나는 2살때부터 전골수구백혈병을 앓기 시작한 언니(케이트)를 위해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 낸 아기였다.

안나를 낳은 부모도 처음부터 안나의 몸을 탐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제대혈(탯줄피)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것 만으로 되지 않았고, 결국 안나가 5살이 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부모의 동의하에 골수며, 피며, 케이트에게 필료한 것을 안나의 몸에서 조달해 갔다.

너무나 당연한 누구나 하고 있는 선택.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 그 당연한 권리를 안나는 그렇게 박탈 당하고 있었다.

결국 사라와 브라이언은 케이트와 안나를 동시에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부모 자신의 것이었지, 아이들의 것이 아니었음을 점차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책의 초반부에서 나는 사라(아이들의 엄마)를 바라보며 모든 사랑이 아픈 케이트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인은 단지 케이트가 아프기 때문에 조금더 신경을 쓰는 것 뿐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두 아이(제시와 안나)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버렸다고 보았다.

그리고 실제 제시의 삐뚫어지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기록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제시 뿐 아니라 안니, 그리고 아픈 케이트 마져도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었다.

책의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터치풋볼을 하며 놀고 있었다.

내가 공을 제시 오빠한테 던졌을 때 언니가 끼어든 것도 기억한다. 공이 언니 품에 떨어졌을 때 언니는 완전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그런 언니에게 아빠가 터치다운을 하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언니는 전력 질주했고, 득점을 하려던 찰나 제시 오빠가 달려들어 언니를 땅에 쿵 쓰러뜨리고 깔아뭉갰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언니는 대자로 뻗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빠가 단숨에 달려와 오빠를 밀쳐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깜빡했어!"

엄마도 언니에게 달려 갔다. "아픈 데 없어?" 일어나 앉을 수 있겠니?"

그러나 돌아눕는 언니는 웃고 있었다. "하나도 안 아파. 기분 최고야."

엄마아빠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도 이해하고 제시 오빠도 이해한 것을 엄마아빠는 이해하지 못해다. 자기가 누구건 간에, 사람에겐 늘 자기 아닌 딴 사람이길 바라는 반쪽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찰나일지라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적이라는 걸.

"오빠가 깜빡했대잖아." 언니는 누구에게랄 것이 없이 툭 내뱉고서 똑바로 누워 차갑고도 따가운 태양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케이트 역시 부모에게 안나와 제시와 같은 취급을 받길 바랬을 것이다. 아픈 아이가 아닌, 그냥 아이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브라이언과 사라는 세 아이가 아는 그 것을 알지 못했기에, 세 아이 모두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조차도 상처를 내고 있었다.

나는 책의 후반부로 달려가면서도 사라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을 어린 딸에게 강요하는 그 여자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지기 까지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뜻밖의 결과와 마주하고는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가치관과 판단력이 있다.

누구나 생각의 차이를 가진다.

그리고 어떤 부모라도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다만 자녀가 생각하는 사랑과 부모의 사랑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남녀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누구에게라도 이 책은 선뜻 권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용이 좋았고, 생각할 것이 많았다.

지금까지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아저씨가 기억의 방아쇠를 당겨 주었다. 그때 언니는 아주 조용해졌는데, 너무 조용해서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였다. 잠시 후 언니는 세상을 다 가진 눈으로, 하회탈처럼 일그러지는 미소로 날 돌아보았다.

나는 아저씨를 힐긋 쳐다본다. "언니는 고맙다고 했어요."
.
.
.

언니처럼 나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 후로는 꿈이 수백 번도 더 바뀌었다. 우주비행사도 되고 싶었고, 고생물학자도 되고 싶었고, 아레사 프랭클린의 코르스 가수도, 대통령 고문단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순찰대원도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현미 외과의사, 시인, 귀신 때려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가지만은 변함이 없다.

"십 년 후에도 난 언니의 동생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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