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작가의 작품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무협소설과 성장소설로 나눌수 있다.
무와 협이란 무엇인가! 로 대표되는 소설이 혈기린 외전이라면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소설, 내가 성장 소설이라고 부르는 작품의 대표작은
비적유성탄이다.
비적유성탄의 왕필은 복수를 위해 키워진 살인병기같은 인물이다.
그에게 무란 도구에 지나지 않았고, 소설내내 협이란 글자는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다. 과연 무협소설이라고 부를만한지도 의문이다.
대다수의 독자가 비적유성탄을 읽고,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한다. 결막 역시 뭔가 흐지부지하고.
단순한 살인병기로 키워진 무심한 왕필에게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은
아내 연. 아내를 살리려고 살생을 거듭하지만, 그마저 아내가
죽자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항주에와서 여러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조금씩 내안에 인간성을 키워가는 것이 소설의 핵심이야기다.
하급무사도 마찬가지다.
명문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난독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급기야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인물.
그 역시 삶의 밑바닥 세계로 흘러들어와, 여러 인연을 맺고
조금씩 삶의 목표가 생긴다.
왕필이 무의 최고 경지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인간성을 찾는 다면, 하급무사의 장천은
무의 가장 밑바닥에서 조금씩 위로 올라가며
삶의 목표를 찾는다. 묘하게 닮은 구조이다.
두 소설다. 더 이상 할이야기 있는데 완결이 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뭔가 미진하다.
그런데 삶이란게 원래 미진하지 않을까?
인간성의 완성이나, 삶의 목표라는 게 끝이 있을까?
삶이란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에 있지 않을까?
두 소설의 닮은 점은 또, 등장인물들이 인간성의 가장 치졸하고
저열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왕필이 항주에서 만나는 인연들
장천이 유쥬에서 만나는 인연들
모두가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멋지고 낭만있고 의리있는 캐릭터들과
거리가 멀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서로 속이고,속고,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흙탕물에 딩구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필부들이다.
혈기린외전이나 생사박, 그도 아니면 대도오에서 처럼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며, 칼날위를 걸으며 협 또는 대의
복수 등 거창한 삶의 목표를 위해 몸을 날리는 영웅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왕필이 언젠가는 친구들과 가족을 이루기를
장천이 상급무사로 꿈을 이루기를.
그 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가끔 꿈꾸본다.
미완성인 우리내 인생이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