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적부터 미술 전시회를 자주 찾아가곤 하였다. 그림을 잘 볼 줄 몰랐지만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생각했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 나름의 그림 해석을 듣는 것도 참 즐거웠다. 도슨트의 해설을 처음 들은 후부터 아이는 줄곧 미술 전시를 보러 가면 도슨트 해설이나 오디오 해설을 듣기 원했다.
그림을 보고 무언가 느낀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 공부가 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깊이있는 해석과 그 깨달음의 맛을 어설프게라도 겪어보았기에 그것이 배움의 길이 될 지라도 화가도 작품도 모두 궁금해졌다. 그러하여 관련된 책이나 전시 도록들을 한 권 두 권 모으기 시작하였다.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예술 작품들을 기증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럴 기회가 주어졌으나 애석하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광클릭을 요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어쩌면 다행이다란 생각도 했었다.
그럼에도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희 컬렉션 이란 이책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저자가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라는 점도 좋았다.
직접 전시를 통해 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어쩌면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휘리릭 감상하고 지나치는 것보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에 큐레이터의 해설을 읽으며 그림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물같은 책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명화편 30작품은 대부분 학술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갱,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샤갈, 미로, 달리, 피카소 등의 서양 화가 작품과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이응노 등 한국 대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화가들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흥미롭기도 했다.
큐레이터인 작가가 하나의 기획 전시 작품을 구성하고, 각각의 작품과 작가를 도슨트가 해설해 주는 듯 소개하고 있어 전시를 보는 듯한 편안한 마음과 동시에 이해도 쉽게 되었다.
게다가 이건희 컬렉션 외에 다른 작품들도 사진으로 첨부되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유영국의 추상미술과 우향 박래현의 작품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기회가 닿아 전시를 보고 오신 분들도, 기회가 닿지 않아 전시회를 보러 갈 수 없는 분들도, 전시와 관련없이 학술적 가치는 지닌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