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래식을 좋아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만 문학과 미술을 아우르는 고전을 뜻하는 의미로서의 클래식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텍스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클래식 작품이 무엇이 있고,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본다면 그 깊이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입쩍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까...
작곡가가 누구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인지도 모르지만 들으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곡들이 있다. 그냥 그러한 감정이 좋아서 클래식이 좋다고 말한 것 뿐인데, 작품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면 머리 아픈 공부가 되고 말았다. 대중가요라면 곡과 함께 가사가 첨부되어 어렴풋이 무엇을 노래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클래식의 영역은 그러하지 않았다.
제목조차 외우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할까나...
그림을 보고 자유롭게 느껴지는 대로 느끼는 감상을 하며 힐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림읽는 강연을 들으면서 그림과 관련된 작가와 담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배우면서 그림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알고 보는 그림이 더 깊이 와 닿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림보다 더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미술에 관련된 내용보다 음악에 관련된 도서를 만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겨우 만났다 하더라도 수록된 곡의 설명을 듣기 전에 곡을 찾는 시간을 할애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뚝뚝 끊어지는 그 흐름이 아쉬웠었는데, 이 책은 정말 감사하게도 QR코드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친절함을 담고 있다.
수록된 음악에 대한 곡 설명과 작곡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클래식 전반에 대한 접근을 에세이 형식을 빌어 담고 있다. 그 과정에 물론 작곡가의 인생과 곡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철학자를 비롯 유명인들의 명언과 여러 영화들의 내용을 재료로 클래식을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무엇이 삶을 그리도 힘들고 지치게 하고 있는지 눈치챌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 끌림이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 보다는 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작은 글씨의 타이틀과 싱그러움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뜬금없이 떠오르게 하는 표지의 그림이었다.
쉼표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아름다운 선율, 덕분에 느껴지는 힐링, 이 마음이 오롯이 자전거 타는 소녀의 행복한 표정처럼 나에게도 주어지겠단 설렘을 선물해 주는 책이었다.
영화 <그린북>을 너무도 재밌게 아주 인상 깊게 보았었는데 힘빼고 클래식 들어도 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소재로 사용되어 더 반가웠다.
누군가 좋아하는 클래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고민했던 지적 허영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나의 머리나 수준은 그에 따라주지 못했고, 클래식을 암기로 접근하려 하니 너무도 고되고 싫다는 마음까지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클래식을 그렇게 고되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냥 너가 뭔 내용인지 모르고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라 하였던 모든 영역의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버무려 놓은 선물 같은 책이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