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은 그저 맛있는 것이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과일을 통해서 세계사를 읽을 수 있다는 이 책의 발상이 참 신선했다.
게다가 표지에 제시된 과일들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것이기에 그 접근이 더 흥미로웠다.
과일만 보고서는 우리 나라 역사 보다는 서양 역사 위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처음 등장한 수박을 우리 나라 세종 때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가끔 과일의 원산지를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들엔 역사가 있을 것이고 인간과 함께했던 시간이었기에 당연히 인간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텐데 모든 것들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은 물론 가까운 동남아 수박조차 우리와 다른 것 같아 수박 쥬스의 맛도 제각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수박은 원래 외래 과일이라고 한다. 고려를 지나 조선 시대에도 수박의 가치가 엄청 높았다고 하는데 미국에선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같은 과일을 두고서도 사회 상황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줌앤 노란 수박이 특색있게 느껴졌는데 원래 수박 색이 노란색이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수박이라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었나 보다. 문득 가장 처음 등장한 수박의 맛이 궁금해 진다.
참외와 멜론 그리고 무엇보다 파인애플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책은 소재와 내용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지만 관련된 그림과 사진자료를 참고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읽는 맛이 난다.
공들여 파인애플을 집에서 키워본 적이 있었는데 관상용으로도 이렇게 가치가 있었다니, 넓게 뻗어가는 파인애플 잎을 보면서 정글되겠다고 투덜거렸던 모습과 대조되었다.
파인 애플이란 이름이 지닌 유래도 재밌었다.
나라마다 딸기 이름의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같은 과일을 두고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각 나라의 문화와 언어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일 이름에 담긴 비밀스런 역사를 이야기한 두번째 파트 부분도 재미있었다.
아이가 요즘 코코넛에 빠져 사는데 코코넛이란 이름이 유령 머리란 의미라니 어찌된 이유인지 궁금했다. 포르투갈어로 코코 는 '귀신 대가리'란 뜻이란다. 애니메이션 코코를 재밌게 봤던 터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술 작품이 자주 등장하는데 덕분에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과일을 통해 동서양의 교류 역사도 보고 각 나라의 사회 문화 정치의 역사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일의 가치와 쓰임이 예전과 달라진 점도 있지만 과일은 여전히 달콤 상콤한 맛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모양 자체만으로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존재라는 점음 틀림없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과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세계사를 읽어 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