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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ia=theory+contemplation

토마스 린치 지음, 정영목 옮김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1장, '장의, 산 자를 위한 의식' 중에서


1화


100퍼센트 기대 사망의 함의


매년 나는 우리 타운 사람들 이백 명을 묻는다. 거기에 추가로 서른 명 정도는 화장터로 데려가 불에 태운다. 나는 관, 지하 납골당, 유골함을 판다. 부업으로 묘석과 비석도 판매한다. 요청이 있으면 꽃도 취급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 말고, 내 건물의 사용권도 판다. 파스텔 색조가 풍부하고 체어 레일*을 갖추고 반곡反曲 쇠시리로 장식한, 가구와 집기를 갖춘 1만 1천 제곱피트의 공간이다. 이 설비 전체는 저당에 또 저당을 잡혀 다음 세기에 들어서도 한참 갚아 나가야 한다. 바퀴가 달린 자산에는 영구차 한 대, 플리트우드 두 대, 창을 어둡게 해 놓은 미니밴 한 대가 있는데, 이 미니밴은 우리 가격표에서는 운송 차량이라고 부르고 타운 사람들은 모두 ‘죽은 왜건’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전체 가격 표시제를 실시했다—구식의 일괄 거래였다. 이 말은 고객은 오직 한 가지 수만 보면 된다는 뜻이었다. 큰 수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항목화되어 있다. 그게 법이다. 따라서 지금은 항목과 숫자와 이탤릭체로 적은 권리 포기 조항 목록이 길게 나열되어 있어, 메뉴나 시어스 백화점 카탈로그처럼 보이며, 가끔 연방 정부에서 의무로 규정한 선택 항목들은 자동차의 크루즈 컨트롤이나 뒷유리 성에 제거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주로 검은 옷을 입는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여기서 뷰익 자동차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목록의 하단에는 여전히 큰 숫자가 적혀 있다.


잘 되는 해에는 매출이 백만 달러에 가까운데, 우리는 그 가운데 5퍼센트가 이윤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 타운의 유일한 장의사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변변치는 못하지만 이 시장은 이른바 조사망률粗死亡率—매년 천 명 당 사망자 수—을 기초로 파악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다.

사람들 천 명을 잘 꾀어서 커다란 방에 불러 모았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다음 먹고 마실 것을 잔뜩 넣어주고, 컬러텔레비전, 잡지, 콘돔도 넣어주고 일월에 문을 쾅 닫는다. 이 표본은 베이비붐 세대와 그들의 자녀를 반영한 연령 분포를 보여줄 것이다—베이비붐 세대의 한 사람당 자녀 1.2명.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은 노인으로, 이 노인은 이 큰 방에 들어와 있지 않다면 아마 플로리다나 애리조나나 양로원에 가 있게 될 것이다.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 그룹에는 변호사가 열다섯 명, 신앙 치료사가 한 명, 부동산 중개업자가 서른여섯 명, 비디오 기술자 한 명, 면허를 얻은 상담사가 대여섯 명, 터퍼웨어 도매상이 한 명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새 직장을 찾고 있거나, 중간관리자, 밥벌레, 은퇴자일 것이다.

이제 마법이 일어나는 부분으로 가자—십이월 말이 되어 문을 활짝 열면, 그 가운데 대체로 991.6명만 똑바로 서서 발을 질질 끌며 걸어 나올 것이다. 이백육십 명은 이제 터퍼웨어를 팔고 있을 것이다. 나머지 8.4명은 조사망률이 된다.


다른 통계 한 가지.

8.4구의 주검 가운데 3분의 2는 노인이겠지만, 5퍼센트는 아동이고, 나머지(2.5구가 약간 안 된다)는 베이비붐 세대—부동산 중개업자와 변호사일 가능성이 높다—일 것이며, 그 가운데 한 명은 틀림없이 그해 동안 공직에 선출되어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세 명은 뇌혈관이나 관상 동맥의 문제로 죽었을 것이고, 둘은 암, 또 자동차 사고, 당뇨병, 가정 폭력으로 한 명씩 죽었을 것이다. 소수점 이하의 수는 신의 개입이나 자살에 의한 것인데 아마도 신앙 치료사일 가능성이 높다.



보험 차트나 인구 통계에서 자주 빠지고 또 그렇기 때문에 눈에 두드러지는 수치는 내가 ‘큰 놈’*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은 태어나는 매 백 명당 죽게 될 사람들의 수를 가리킨다. 장기간에 걸쳐 보면 ‘큰 놈’이 차지하는 수치는 대체로…… 음, 대체로가 아니라 완전히 100퍼센트다. 만일 이것이 차트에 나온다면, 이것은 기대 사망이라고 부를 것이고, 아무도 어떤 종류든 선물先物*을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유용한 수이며, 그 나름의 교훈이 있다. 어쩌면 자신의 삶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궁리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떤 친족 관계를 느낄 수도 있다. 히스테리를 부릴 수도 있다. 100퍼센트 기대 사망의 함의가 무엇이든, 이곳이 얼마나 큰 타운인지 왜 이 타운이 나에게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꾸준한 할 일을 만들어 주는지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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