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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302님의 서재
  • 읽는다는 것
  • 강영안
  • 13,500원 (10%750)
  • 2020-05-20
  • : 1,709
강영안 교수의 신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밝히는 대로, 성경 묵상에 대해 철학과 신학의 관점에서 살펴 달라는 우리들교회의 강연 요청에서부터 비롯되었다(175). 한국 교회 안에서 ‘QT’, 즉 말씀 묵상으로 잘 알려진 우리들교회가 성경을 읽는 행위에 대해 학문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강영안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한 것 같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주제를 저자는 세 가지 근본 물음을 중심으로 명석하게 풀어간다.

첫째 질문은 “읽는다는 행위가 무엇인가?”이다. 저자의 표현으로 ‘읽기의 현상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물음은 1장과 2장을 이끌고 있으며, 3장에서 5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어진다. 저자는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라는, 레슬리 뉴비긴의 파격적인 명제가 불러온 문제의식을 칸트, 가다머, 플라톤, 후설, 장자 등 철학자들의 통찰과 대화하며 풀어간다. 이 현상학적 사유를 통해 저자가 드러내는, 읽기라는 현상의 역동성은 어떤 글을 읽는 행위가 감각적 지각이나 정보 습득을 넘어서는, 저자와 독자, 그리고 글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해석 과정이라는 해석학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

둘째 질문은 “성경은 어떤 책인가?”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3장부터 7장으로 이어지며 제시되는데, <디모데후서> 3장 15-17절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저자는 성경이 우리 삶을 구원으로 인도하려는 분명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와 독자와 글 사이의 역동적 관계에 충실한 해석 과정으로 성경을 읽기 위해서는 성경의 이러한 정체와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여 읽어야 함을 여러 장에 걸쳐 거듭 설득해 간다.

셋째 질문은 이 책의 중심 질문으로서 “그렇다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5장부터 9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이 책의 핵심이 된다. 저자는 중세의 렉시오 디비나와 루터의 신학 공부 방법론 등 과거의 지혜를 돌아보며, 성경 읽기가 그 최종 저자이신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독자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씨름하는 실천적 해석 과정이어야 함을 드러낸다. 우리들교회의 성경 읽기를 다루는 6장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단지 과거의 글에 대한 사색으로 끝나기보다는 ‘오늘 여기’에서 일어나는 ‘우리 자신’의 성경 읽기 현상을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유익을 주려는 저자의 실천적 관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경 읽기를 세상 어느 교회보다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 ‘QT’라는 현상을 은근히 무시하는 오늘날 한국 교계와 신학계의 일부 진영에 경종을 울릴 듯하기도 하다. ‘QT’라고 일컬어지는 성경 묵상이 성경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소위 ‘평신도’들의 자의적,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신학적 전통에서 이어진 교회의 건강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우리들교회의 성경 묵상이라는 구체적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루터의 묵상법과 우리들교회의 묵상법 사이의 연속성을 드러내며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7장에서 9장은 우리들교회 강연 현장에서 주어진 두 개의 중요한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175-177, 195-196, 219-220). 우리들교회 성도들의 질문은 (1) ‘QT’가 빠지기 쉬운 주관적 읽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과 (2) 묵상과 삶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 질문은 그 자체로 ‘QT’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 잘 읽고 적용하려는 치열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강연 현장에 있던 성도들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여 저자에게 던진 매우 중요한 물음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저자가 깊이 고민하며 제시한 몇 가지 구체적 방법은 성경을 단지 연구나 분석, 보존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성도가 따라야 할 신앙과 삶의 규범으로 보는 모든 신실한 신자들에게 큰 유익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 책이 각 장마다 덧붙이고 있는 생각해볼 거리와 추천 도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 책은 개인의 공부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읽고 생각하며 토론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더 건강한 성경 묵상으로 들어가고, 성경을 제대로 묵상하며 각자 자기 삶의 일상에서 하나님과 깊은 교제로 나아가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이자 목적이 아니었겠는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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