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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를 기어다니다
  • 휴먼 에이지
  • 다이앤 애커먼
  • 16,920원 (10%940)
  • 2017-05-17
  • : 1,244

다이앤 애커먼은 백과사전적 수다떨기의 대가가 아닐까 싶다. 소재의 범위가 조금 넓어서 다루기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충분히 세부 글감을 골라내는 '감각'은 감탄하며 배우고 싶다. 그리고 글감에 대한 수다떨기는 말해 무엇하랴.

번역자 김명남 씨의 표정이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즐거웠으면 이런 번역문이 나왔을까. 번역이 아니라 커피랑 쿠키를 앞에 놓고 둘이서 하루가 가도록 웃고 떠드는 걸 옆에서 들은 것 같았다.

이 책은 소재인 인류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콕 집어주지 않는다. 그저 주욱 훑어가며 풍경을 살펴준다. 하지만 어디쯤에 가야 미래의 풍경이 조금이라도 잘 보일지를 알고 썼다. 로케이션 센스라고 해야 할까?

3부인 자연은 지금도 자연적일까의 타이틀롤 격인 3부의 첫 글, 자연은 지금도 자연적일까는 이 책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데, 아주 사적인 공간인 집 뒤뜰을 바로 지금 나가서 들여다보듯 살펴준다. 그냥 '거기'에 대해 슬슬 '썰'(?)을 푸는데, 지금의 자연은 더 이상 'wild'하지 않구나, 휴먼에이지의 자연이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깊이가 없다, 남는 게 없다. 예전 같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독서라는 게 꼭 그렇게 각잡아야 할 일이 될 필욘 없지 않을까? 통찰이라는 게, 무수한 추상적 개념들로 점철되어야 하고, 결국 또 틀리고 말 미래상이나 변화의 흐름에 대한 정리여야 할 필요도 없겠지.

적당히, 미래를 볼 수 있을 법한, 현실 중에서도 낭떠러지 같은 곳에 앉아 가볍게 조망해보는 것.

아마 한 2년 지나서 다시 봐도 그렇게 촌스럽거나 하지 않을 인류세 스케치북 정도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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