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상대가 알아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굉장히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상대의 기분, 입장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관찰하고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를 순간 순간 헤아리려 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세심한 과정을 속도감있게 거쳐 표현해내는 '배려'와 '공감'은 그 자체로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상대방이 나의 배려와 세심함을 우리 관계의 기본값으로 여긴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너는 원래 그럼 사람. 계속해서 그러해야 하는 사람. 그러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네가 잘못한 것. 나는 원래 이런 사람, 그러니 내 무심함, 무례함은 당연히 이해하고 인정해줘야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순간, 나는 나의 배려를 얼마간 거둬오고 싶다. 억지로 무디게 말하고 행동하려 노력해보기도 한다.
이 책의 부제는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이다.
누군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들은 대개 뛰어난 공감력이 그 바탕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어쩐지 힘빠지는 순간들을 만나면 관계에서 조금 물러나게 된다.
나를 지키면서 배려를 주고받는 선순환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나를 접어두지 않고도 관계를 회복해나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이 책은 충분한 답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감'은 '마음 읽기'이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 헤아리기' 이며, 마음 헤아리기는 상대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도 헤아리는 균형'임을 강조한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 상황에서 '너를 정말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진심'을 담아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이는 정혜신 박사님이 '당신이 옳다'에서 말한 '온 체중을 싣는 과정'과 동일하다.
현대인들이 함께이면서 외로운 이유, 주변에 사람이 없지 않은데 혼자라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도 매우 공감했다.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그 한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1대 1의 만남에서조차 우리는, '그 마음이 정말 어떤 마음인지 정확히 알고자 하는 마음, 그리하여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경청'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다가' 상대를 위한다며 충고하고 조언하며 판단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인간관계에 지쳐 살짝 거리두고 있는 사람, 스스로를 소진시키지 않는 '배려와 공감'을 나누고싶은 사람, 갈등 상황을 '다툼'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싶은 사람, 그리고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를 재미있게 읽은 분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