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눈에 띄지 않는 표지와 제목, 출판연도가 오래되어서인지 편집도 크게 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남미 전체를 한번 대략적으로 훑어보기에 아주 좋은 책인 것 같다. 특히 저자의 정치경제에 대한 지식과 함께 학생운동, 사회운동의 경험이 어우러져서 중남미의 정치, 경제, 역사, 사회를 비교적 '올바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은 것 같다.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지 않고 적절하게 경험담과 함께 정치경제학적 지식이 녹아들어가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신자유주의, 라틴식 삶, 호모 루덴스, 혁명, 생태적 삶 등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남미여행에 대한 구상 또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964년에 이민 와 이제 일흔 살이 됐다는 윤석모 씨에게 "돈 많이 벌었겠네요"라고 말하자 돌아온 대답. "아니 돈 벌러 왔나요. 삶을 즐기러 왔지. 궁색하게 살지 않으면서도 이곳에서 산 반평생 동안 사람이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게 원없이 즐기며 살았습니다.""
"이스터 섬을 꼭 다녀오십시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오지인 데다 교통수단이 제한되어 있어 원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섬 꼭대기에 앉아 먼 지평선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가 지나온 억겁의 세월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성찰을 할 수 있는 너무도 좋은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