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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님의 서재
  • 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고든 마리노
  • 13,320원 (10%740)
  • 2019-04-17
  • : 668

 이 책의 저자 고든 마리노는 어린 시절 전혀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불량학생이었고 경찰서도 자주 드나들었다. 운동에 재능이 있어 대학에 스카우트됐지만 여전히 사고를 치고 다녔고, 강의는 거의 듣지 않으며 권투에만 열중했다. 대학원을 자퇴하고 약물과 음주에 의존하던 그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그러다 저자는 정말 우연히 들어가게 된 카페 겸 중고서점에서 키르케고르와 만났고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키르케고르의 무엇이 저자를 바꿔 놓았을까? 저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키르케고르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그의 글들에서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자신과 비슷한 내면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나 철학자에게 더 끌리는 것은 본능에 가까우니까. 

  키르케고르는 실존주의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철학자이고, 북유럽 사람이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기 전까지 키르케고르에 대해 알던 전부였다. 

 사실 실존주의라는 말은 어디서든 자주 접할 수 있다. 실존주의 철학, 실존주의 문학, 실존주의 심리치료……. 하지만 나는 앞에서 말한 소위 실존주의 문학을 읽어보고, 대학교 강의시간에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대해 배우고, 실존주의 철학을 수박 겉핥기 식이라도 자주 접해도 결국 실존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실존주의란 것이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실존주의에 대해서 내 나름으로 생각한 정의는 ‘존재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끝없이 탐구하고 고찰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주체적으로’가 아닐까 싶다. (또한 나는 학문적으로 어렵고 복잡하게 분류를 해서 그렇지 모든 사람들이 다 각자의 철학을 갖고 사는 철학자라고 믿는다.)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이 책이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서’라는 분류에 포함되는 책인지 의문을 품었다. 쉽게 쓰여진 책은 분명히 아니다. 끝없이 고찰해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또한 주제가 정해진 각 장이 그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책의 서술방식은 주제와 관련된 접근(주로 저자의 경험 등의 사례를 통해)으로 시작해서 키르케고르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다른 사상가나 작가의 견해, 종합적인 결론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돌고 돌아 탐구해오는 과정에서 읽는 내가 다른 길로 새거나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기에 책을 제대로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불안, 우울과 정말, 죽음, 진정성, 신앙, 도덕성, 사랑. 이 항목들이 저자가 각 장의 주제로 잡은 것들이다. 결론을 내린다는 게 이런 책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존주의에도 맞지 않다. 저자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이 흔히 범하는, 어떠한 길이 옳다며 그 길로 독자들을 이끄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우리가 실존주의적으로 성찰하도록 이끈다. 길을 걷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키르케고르의 신앙과 사랑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공감하지 못했다. 특히 사랑의 경우, 키르케고르가 결혼을 자신의 이상한 사명감 때문에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떠난 것을 어떤 경우에도 긍정하지 않는다. 특히 그렇게 떠나서 아예 연을 끊은 것도 아니라 계속 그 여인에게 미련을 보였다는 것에서 더더욱. 이것에 대해서 저자가 어떻게 변호하고 연결시키려 해도 키르케고르에서 반면교사 이상을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유하고 자신만의 태도를 가지게 되어,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충고하고 설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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