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
이것의 중요성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통찰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통찰력은 오해받기 쉽다. 가장 쉬운 오해는 통찰과 예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통찰과 관련된 단어는 예측이다. 예측과 예언은 비슷한 뜻이지만 정반대에 있는 단어다. 통찰은 철저한 관찰과 분석을 요구한다. 예언가가 문득 어떠한 계시를 받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책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단어인 ‘통찰’의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통찰이 필요한 건 한 국가의 지도자나 기업의 총수들만이 아니다. 하루하루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개개인 모두가 갖춰야할 기술이다.
그렇다. 통찰력은 ‘기술’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고 갈고 닦아야 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뇌를 끝없이 훈련하고 사고해야 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이 훈련이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안목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끝없는 노력, 즉 훈련이 필요하다.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실을 가장 크게 실감한 게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갔을 때였다. 나는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휴가 때 고향을 가니 주변에 경찰과 관련된 것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경찰서 간판과 안내판, 근무 중인 경찰과 의경, 각종 현수막까지 어디를 가든 경찰과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들은 내가 입대한 후 그 짧은 시간동안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항상 그곳에 있었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않았던) 것일 뿐이다. 지금도 길거리를 걸을 때 의경들은 항상 눈에 먼저 들어온다. 강제적이건 아니건 간에 뇌가 그렇게 훈련됐기 때문이다. 입대처럼 인생의 큰 변화가 있어야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치아가 삐뚤삐뚤해서 치아교정이 하고 싶은 사람이면 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치아배열 상태가 눈에 들어올 것이고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길거리를 걸을 때 평소와 달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유심히 볼 것이다. 이렇게 뇌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우리가 조절가능하다. 같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고할 것인가는 통찰의 핵심이다.
통찰력을 가장 잘 사용하는 사례는 셜록 홈즈를 들 수 있다. 홈즈는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단숨에 그 사람을 파악해낸다. 셜록 홈즈가 사용하는 건 초능력 같은 능력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 개개인의 특성과 작은 단서들을 잘 훈련된 뇌로 단번에 캐치해내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통찰력은 일상적인 것에서 우리들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에 관해서이다. 우리는 이미 뻔한 이야기들의 구성을 다 알고 있다. 막장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클리셰들은 우리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학습된 것들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보는 연속극 같은 것은 앞뒤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봐도 조금만 보다보면 그 내용이 눈에 보인다.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는 요즘의 관객들은 이미 웬만한 이야기들에는 전문가 수준이기에 좋은 이야기와 안 좋은 이야기를 쉽게 구별해낸다. 그렇기에 이런 관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통찰력 또한 영화 관계자들에게 필수이다. 이렇게 통찰력은 우리의 일상에도 중요하게 작동한다.
P.S. 책에서 수많은 방법과 기술, 그리고 사례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본인도 이런 수학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파악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설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