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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님의 서재
  •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 15,120원 (10%840)
  • 2025-06-20
  • : 296,123
김애란 단편 소설집을 샀다.

오늘은 홈 파티라는 첫 단편을 읽었다.
부유한 소수의사람들 끼리 모인 홈파티는
정갈한 음식과 다정한 말투 속에서 은근한 우월감과 거리감이 흐른다.
김애란은 그런 분위기를 아주 조용하고도 정확하게 묘사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고아원 자립지원금에 대한 대화였다.

부유한 사람들은 고아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받는 자립지원금 오백만 원으로 명품 가방을 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말에 이연은 이렇게 답한다.

“밥은 남이 안 보는 데서 혼자 먹거나 거를 수 있지만 옷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나마 그게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가난이라 그런 것 같아요. 가방으로…”

이 장면은 단순히 허영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난이 사람의 감각과 자존감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다 문득 내 옛 친구가 떠올랐다.

그녀는 이렇다 할 사회생활도 해본 적이 없고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 본 적이 많이 없다. 늘 남자에 기대 살아갔다. 부끄럽지만 어릴 땐 명품 백이 많고 일하지 않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었다.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더 이상 그런 물건들이 갖고 싶지 않다. 사회에 일원이 되어 일하는것 또한 감사하다.

반면 그녀는 여전히 없는 형편에 마치 비싼 물건이 자신을 설명한다는듯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삶을 멋대로 평가하고 조언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단단하게 쌓아본 경험이 부족할수록 외부의 상징에 더욱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자립지원금으로 명품 백을 사 가난을 가리려던 고아 아이들처럼 그 친구도 카
드 빚에 허덕이며 남의 돈으로 산 명품 가방들로 자신의 가난과 무가치함을 숨기려 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가난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 명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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