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시인이 되었다. 시인이 되다니. 그것은 즐겁고 신기한 일이었다. 마치 국민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처럼 즐겁고 신기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사랑했던 동서고금의 많은 시인보다도, 나와 똑같은 시대에 살면서 함께 시를 쓰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연배의 시인들과 더 많은 정신적 공감을 나누고 그들로부터 더 많은 정신적 영향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지리멸렬하게나마 시 창작 활동을 해왔다.
-알라딘 eBook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