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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t_kurashi님의 서재
  • 우리 가족
  • 하세가와 슈헤이 글.그림
  • 11,700원 (10%650)
  • 2016-09-26
  • : 173
하세가와 슈헤이 작가는 “하세가와군 싫어” 라는 그림책으로 1976년 창작 그림책상을 받으며 화려하고 강렬하게 데뷔했다.
(“하세가와군 싫어”는 당시 비소가 든 분유를 판매했던 모리나가 유업의 사건을 다룬 그림책이다. 약 2만명의 유아의 몸에 이상이 생기고,
125명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 이었다. 그림책에서는 비소가 든 분유를 먹고 자라 또래보다 발달이 느린 하세가와 군을
학급 친구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굵은 선과 투박한 그림으로 강렬하게 담아 내었다. 한국에서도 곧 출간 예정이라고 함.)

이 작품은 2009년의 작품으로 기존 그의 작품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파랑, 빨강, 노랑의 삼색의 수채물감을 이용하여 서정적이고 그리움이 물씬 풍겨나오는 작풍이다.

잦은 외국 생활로 인해 엄마와 단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이 길었던 아들. 어떤 이유인지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로 이젠 아빠와 아들 둘 만이 지내야 한다.
이야기는 “아빠, 난 아빠가 엄마 역할까지 하는 거 바라지 않아. 아빠는 그냥 아빠였으면 좋겠어.” 라는 아들의 말로 시작 된다.
아빠와 아들의 미묘하게 어려운 관계를 리얼하게 표현했다. 일만 하는 아빠여서 집안일도, 아들과의 관계도 편해보이지는 않는다.
서로의 거리를 느끼면서 아빠는 “큰 배”라는 시대를 이야기 한다. 그것을 들으면서 아들도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결국엔 저마다 가슴에 담고 있는 엄마의 추억을 나누며 거리는 좁혀지고 있다.

아들로부터 아내가 결혼 전에 불던 휘파람을 들은 아빠.
그 노래는 세계적인 샹송 가수 샤를 트레네의 라 메르 라는 곡이다.
라 메르는 바다를 뜻하지만, 프랑스어에는 엄마라는 뜻도 갖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어의 바다는 “우미” 海。한자를 보면 그 안에 엄마를 뜻하는 母자가 들어 있다.
낳다라는 동사는 신기하게도 “우미마스” 한자는 다르지만, 우미라는 말이 겹친다.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어쩌면 가족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림책이 출간 된 직후 하세가와 슈헤이 작가가 부인인 군짱과 함께 나눈 대담이 인상 깊다.

- 의도한 건 아니지만, 면지를 하늘색으로 한 것은 물망초 꽃 색이 어울릴 것 같아서 정한 건데,
그림책이 나온 후 보니, 이 색깔은 성모님의 옷 색깔이었어. 이 그림책 마치 성모님이 감싸주는 느낌이야.
-사실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기도 해.
나는 아직까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처럼 조용하고 서정적인 책을 쓴 적이 없지만, 언젠가 꼭 그런 이야기도 써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지.

시대, 가족, 항해, 인생, 각자의 역할, 상실이 주는 의미, 새로운 시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그림책을 내려놓고 난 후에도 쉬이 덮을 수가 없는 아쉬움에 면지를 한참 들여다 본다.
마치 하나의 시대를 빠져 나가는 듯한 아버지와 아들,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한 권의 그림책이 마치 잔잔한 가족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기분이 드는 것은,
역시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험하는 작가 하세가와 슈헤이의 힘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그림책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시각 요소를 이 한 권의 그림책에 담아 냈다.
화면 구성, 색깔의 사용, 글과 그림의 공간 배치, 주인공들의 시점 변화, 줌인 줌아웃등의 기법을 유심히 살피며 읽다보면 작품이 조금 더 심도 깊게 다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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