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석양이 물들어 가는 핑크 빛 하늘아래 앉아있는 니노는 흐릿하게 그려진 강아지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니노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강아지이다. 강아지는 니노의 모든것을 함께 하고, 대신한다. 또, 니노가 듣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을 수 있다. 먼 나라에서 전화하는 아빠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아빠가 그리워 흘리는 눈물 조차 맛있게 핥아주는 강아지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니노에게 있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둘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니노에게 진짜 강아지가 생기게 되고, 이제 상상의 강아지는 모습을 감춘다.
어린이의 외로움에 대해 호들갑스럽지도, 처연하지도 않게 그저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문장 너머의 감정과 아이 마음 속이 온전히 그림에 담겨있다.
니노처럼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외로운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토닥여 주는 그림책을 만났다.
상상력은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피난 장소가 되어 줄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환상적인 색채와 정교한 터치가 아름다운 이 작품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숨을 멈추고 바라보게 한다.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니노의 멋진 상상세계는 아름답고 슬프다. 하지만 어둡지도 무겁지도 않은 따뜻한 기분이 든다. 상상의 세계 속 동물들과 진짜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니노는 점점 단단해 질 것이다.
깊은 잠을 자는 니노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