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우리는 어느정도 답을 알고 있다. 레트로풍이 유행한다면 그런 취향의 옷과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은 결코 과거의 사람이될 수 없다.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에도 유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현재일 것이다. 사실 과거의 모든 것이 늘 좋기만 했던 것도아닐 텐데, 과거를 소환하는 이유는 앞서 보았듯이 현재의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미래는 불안할 때, 그래도 겪어본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가 진짜 좋았다기보다는 ‘좋았던 과거‘만을 편집해서 우라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좋았던 과거 역시 입장에 따라서 그 내용이 모두 다르다. 과거는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재해석될 수 있을 뿐이다. 미래는 아득해서 보이지 않았고, 과거는 안정감과 익숙함으로 버무려진 것이기 때문에 아주짧은 기간만 유효한 임시적인 ‘천국(유토피아)‘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인용한 디킨스의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하면 근대인 앞에는모든 선택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었기 때문에 그들 앞에는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실 전통사회에서 벗어나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위험한 모험 같은 것이되었다.- P32
예술의 혁신은 한 개인의 개성이 가장 잘 표현되는 기회였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 군중 속에서 자신을 잃는 대신 혼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면 고독을 견뎌야만 한다. 그 고독은 진실로 위대했다. 고립된 시간은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며 자유롭다는 것은 벗어났다는 의미이고, 모든 구속의 부재는 치열한 창작의 순간으로 이어졌다. 또한 고독한 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1세기의 우리는혼자가 될 수 있는 용기 있는 개인이 아니라면, 그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떠도는 거친 무리가 되고 만다는 것을 너무나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은 때로 가장 위대한 인간적인순간이다. 한때 우리 곁에 아주 짧게 머물다 떠난 기형도 시인의시 「비가 2-붉은 달」 한 구절처럼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
인 시간이 필요하다.-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