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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토실이 2023/04/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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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청춘
- 구가인
- 13,500원 (10%↓
750) - 2023-03-22
: 56
반가운 이름들이다. HOT에 SES에 젝스키스에 핑클에...
사실 1세대 또는 1.5세대 아이돌 중 누군가의 팬클럽 회원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재밌게 봤던 편이 1997이었던 것을 보면 내 기억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시절은 저자의 어릴적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1981년생, 나는 1988년생이다.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음악을 듣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은 많이 들어도 늘어지지 않는 CD로도 추가 구입해서(CD Player도 없었는데) 소장했던 것, 좋아하는 가수들의 잡지 사진을 오려서 하드보드지로 만든 사각 필통 겉면에 붙여 들고 다녔던 것... 사실 이런 디테일한 추억들에 대해 매체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접할 수 없었기에(물론 응답하라 1997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언급되어 꽤 반가웠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라디오와는 가깝지 않았던 것 같다.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더 많이 듣던 시기이기도 했고 좋아하는 음악만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었으니. 가끔 라디오를 듣는 경우가 있다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 공테이프에 녹음해두려고 음악이 시작될 때 녹음버튼을 누르곤 했었던 정도였다.
제목처럼 ‘20세기 청춘’들이 그리워할법한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긴 하지만 세대간의 격차나 갈등에 대해서도 꽤 심도있게 고민한다.
(저자말대로 나도 따지고 보면 밀레니얼 세대이니 MZ다...)
그가 평소 하던 고민도 내가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20대에 회사 다니던 때만 생각해도 거의 회사생활이 전부일 정도로 몰입했었으니까. 회사일도,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도. 20대였으니 후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선배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이 되고 후배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그들에게 예전의 나 같은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 같은 모습이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후배의 모습’일테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그들에게 회사는 딱 주어진 만큼만 일하고 댓가를 제공받는 하나의 장소일 뿐이었고, ‘회사사람’으로 단정지으며 사적인 이야기나 만남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의 영향도 크겠지만 술자리, 식사자리도 현저히 줄었다. 업무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전체적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 하는 일 보다는 대부분의 소통을 메신저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대면하는것은 물론 전화하는 일도 싫어하는 것 처럼 보인다.
특정 세대를 옹호하거나 한쪽의 입장에서 대변하진 않지만 저자도 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같은 인간이기에(?) 결국 우리 모두 화합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내자- 같이 평화롭게...가 아닌 ‘뭐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하며 유야무야 마무리되는 부분은 꽤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의 직업이 기자여서 그런지 원래 스타일이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책을 읽으며 ‘글이 쫀득하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접한 책이긴 하지만 도중에 몇번을 낄낄거렸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아마 내 또래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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