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일으키는 모든 이들에게 천벌을.
집나간토실이 2022/11/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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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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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14-12-26
: 8,872
소설 그 자체가 허구이긴하지만,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르겠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1930, 40년대 헝가리의 소도시가 배경이라면 어쨌든 참혹한 시대였을 것이다.
총 3부작으로 나눠져있는 책은 쌍둥이 형제인 '그들'의 유년시절로 시작하는데, 읽는 페이지마다 한숨을 쉬게되는 구간이 있다.
글은 수식 없는 간결한 문체로 쓰여졌는데 1부 비밀노트의 '우리의 공부'에서 어렴풋이나마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욕구를 우선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철저하게 상대방이 원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기이하다. 작품해설에서 저자는 그 쌍둥이 중 클라우스를 본인이 그토록 좋아하고 따르던 오빠를 생각하며 썼다고 되어있는데 그녀의 입장에서 오빠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고 들어주는 인물이었을까. 그래서 이런 캐릭터가 탄생한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배고픔과 욕설 추위와 가난에 익숙해지려고 매맞는 연습을 한다던가, 단식을 하는 하루를 보낸다던가 하는 그들의 나이는 고작 10살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읽다보면 자꾸만 나이를 까먹게 된다.
엄마를 잃을때도, 아빠를 잃을때도 그들은 덤덤하게 상황들을 읊어낸다. 하지만 처참한 전시상황을 그대로 그려내기에 읽으며 고통스러운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뿐.
1부는 그들의 유년시절 이야기였다면 2부부터는 홀로 이곳에 남은 루카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2부 막바지부터 이어지는 3부는 혼란스럽다. 난 무엇을 믿어야할까? 무엇이 '현실'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연일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요즘,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책을 읽으며 지금 나의 이 '평화로움'에 새삼 감사한다. 물론 우리도 언제 이 평화를 잃게 될지 알 수 없다.
전쟁을 일으키는 모든 이들에게 천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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