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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jlovesem님의 서재
  • 카스트
  • 이저벨 윌커슨
  • 22,500원 (10%1,250)
  • 2022-04-25
  • : 590
올해 읽은 책 중 단연 최고다.
제목만 보면 인도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한데 인도의 카스트제도뿐 아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뿌리깊은 미국의 인종차별, 독일 나치의 인종주의, 그밖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에 대해 카스트체제라고 명명하고 낱낱이 파헤친다.

노예해방 후 흑인 노예들은 자유로워졌지만 결국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백인들의 노예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표면적으로만 해결된 것처럼 보일 뿐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빠졌다. 흑인들에 대한 혐오는 갈수록 심해져 린치가 자행되고 관련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최근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카스트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스스로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 ‘나는 차별을 하지 않아.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라고 하겠지만 백인, 흑인 둘이 동시에 범죄 현장에서 목격되었다면 본능적으로 머릿속에서 흑인이 범인일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 저자가 말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여성은 회의·회사·국가를 이끌 능력이 없다고, 유색인종·이민자는 권위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 누군가를 보며 특정 지역에 거주할 수 없다거나, 특정 학교에 다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의 상처·충격·분노·불공평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하위 계층의 사람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직업·자동차·집을 소유하며 명문 대학엘 다니고 권위 있는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불쾌해했단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다가, 또 노인네들은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보드게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카스트가 우리의 의식 속에 절묘하게 코드화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카스트에 젖어 있다 보면,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된다.

사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인종차별을 직접 겪을 일이 많지 않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들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일상속에서 직접 겪지 않는 한 피부로 크게 와닿지는 않을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카스트를 인종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노약자 등으로 확대를 하면 어떨까. 이렇게 본다면 카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동 급식 카드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아이를 본 한 중년여성이 지원받아서 먹는 주제에 사치스럽다고 항의했다던 글이 떠오른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중심으로 카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나의, 내 이웃의, 그리고 국가 안에서의 카스트에 대해 이해하고 만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카스트에 대한 태도를 추천사를 쓴 장혜영 국회의원의 글을 빌려 말하고 싶다.

•시민을 서열화하고 수직 계층화하는 낡은 카스트를 방치하면, 결국 그 대가는 고스란히 모든 이의 고통이 된다. 사회 구조의 취약성은 약자를 가장 먼저 덮치고, 그 약자가 무방비로 방치될 때 사회의 위기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서로를 규정하는 낡은 카스트를 부수고 함께 공정해지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이토록 당연하지만 못 본 척했던 사실을 강렬하게 일깨운다. 우리를 옥죄는 카스트를 깨기 위해, 먼저 우리는 카스트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카스트》는 우리 안의 불평등을 직시하기에 최적인 적외선 카메라다. 책에서 만난 가장 강렬한 질문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어느 카스트에 속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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