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일명 '또라이'로 불리는 사람들로(그 이상의 '악마'들은 제외), 그들의 언행과 생각은 상대방에게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넘어 짜증과 분노를 일으킨다. 사람에 따라 분노 대신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이들은 대개 분노유발자들로, 욕을 짓씹으며 가능한 빨리 이들의 곁에서 도망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또라이'보다 더 대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또라이처럼 화를 내고 욕을 하기엔 애매하지만 사람 속을 은근히 뒤집어 놓는 이들. 일명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은 이처럼 엮이는 순간 사람을 성가시고 피곤하게 만드는 이들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크게 세 가지 줄기로 나누어 처음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유형을 살펴보며 깊게 공감하게 만들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들에게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마음 편하게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놓고 욕할만한 또라이는 아닌데 계속해서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첫 번째 파트의 제목처럼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끊임없이 신경을 자극하며 사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다. 유난히 회복탄력성이 낮아 사소한 것에도 크게 반응하는 탓에 주변 사람들도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만드는 사람, 자격지심으로 타인을 끊임없이 깎아내리거나 직원이 자신을 빼놓고 알아서 잘하면 기분 나빠하는 사람, 눈치라고는 죽을 쑤려고 해도 없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저가 하고 싶은 말은 뭐든 막 하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는 사람, 지나치게 방어적이라서 '그럼 관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저자는 첫 번째 파트와 두 번째 파트를 통해 이들의 유형을 살펴보고 정리하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느라 목이 아플 정도다.
그냥 보면 나를 성가시고 피곤하게 만드는 존재들일 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에게도 사정이 있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의 세 번째 파트를 읽다 보면 그들의 사정을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이해하면서 조금이나마 그 사정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왜 이 사람은 습관적으로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지, 왜 저 사람은 눈치가 없다 못해 소멸할 것 같은 언행을 보이는지, 왜 그 사람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하나씩 알아갈수록 답답함이 조금 해소되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 흐름에 맞춰 네 번째 파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내 속 편하게 상대방을 대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사실 특별한 해결책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조금 실망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이란 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저자는 왜 이 방법이 해결책인지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어디까지나 내가 편하기 위해서임을 밝히고 이를 중심으로 왜 이것이 좋은 해결책인지를 알려주기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적절한 이야기와 배치로 공감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고, 이해를 통해 해결책에 대한 동의를 높인다는 점에서 참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자인 저자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도, 대놓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은근히 신경에 거슬리는 이들을 주제로 한 것도 모두 이 책의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파트의 존재가 책에 대한 나의 평가를 더욱 높여줬다. 저자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파트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해주는데, 이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 이거 내 얘기잖아.'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엮이면 피곤해지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는 파트가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는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걸까 속이 탄다면,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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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